맥주·라면·커피, 대기업 독식 제동건다

5년간 시장집중도 더 심해져
공정위, 10개 산업 감시 강화

고질적 독과점 구조로 시장 경쟁이 사실상 차단된 맥주와 담배, 라면, 커피 등 10개 산업에서 시장지배력이 남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산업에 속하는 대기업에 대한 시장감시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21일 공정위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용역을 의뢰해 분석한 ‘광업·제조업 분야의 시장구조 조사 결과’를 보면,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최근 5년 동안 독과점 구조가 유지된 46개 산업의 시장집중도(CR₃·상위 3개사 시장점유율 합계)는 92.9%(2008년 기준)다. 이는 광업·제조업 전체 평균치(45.5%)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독과점 산업이란, 상위 한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상위 3개사의 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인 경우를 뜻한다. 승용차(84.0%→90.5%)와 담배(92.9%→99.7%), 라면(75.9%→83.6%), 위스키(82.3%→90.8%) 등 20개 산업은 최근 5년 동안에 상위 3개사의 시장집중도가 더 심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공정위는 정유·승용차·담배·라면·맥주·커피·설탕·판유리·화약·조미료 등 10개 산업을 시장지배력 남용 우려가 큰 독과점 산업으로 지목했다. 시장 경쟁 여건을 파악할 수 있는 여러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대체로 영업이익률과 내수시장 집중도는 높은 반면에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과 국외개방도는 낮은 산업들이다. 이 때문에 신규 기업의 진입이 어렵고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아 소수 독과점 기업들이 지배력을 남용할 우려가 많다는 것이다.

한 예로 에스케이(SK)에너지 등 네 기업이 과점하고 있는 정유산업의 경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0.1%로 전체 광업·제조업 평균(2.0%)을 한참 밑돌았지만 내수시장 집중도는 67.3%로 평균(32.1%)보다 훨씬 높았다.

또 하이트와 오비(OB), 양강 구도인 맥주산업은 영업이익률이 전체 평균(30.2%)의 갑절 이상인 62.6%에 이르지만, 전체 출하액에서 수출입 물량의 비중(국외개방도)은 19.9%(전체 평균 30.2%)에 그쳤다. 신영선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독과점 구조가 고착된 10개 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 혹은 불공정행위에 대해 엄격한 감시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경제력 격차도 이전보다 더 벌어졌다. 전체 광업·제조업 출하액에서 100대 기업의 몫을 나타내는 ‘일반집중도’가 2008년에는 51.1%로 1980년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공정위는 정유와 자동차 등 수출주도형 대기업들의 출하액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집중도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고점에 이른 뒤 대기업 구조조정과 벤처기업의 급속한 성장 등으로 하락해왔다. 이후 2002년 벤처붐이 가라앉고 수출호조에 따른 대기업들의 고성장으로 다시 상승 추세에 있다.

황보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