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부족 경유로 메우는 중국 덕분에 수출액 급증
휘발유값 오르는 와중에 눈총 받을까 ‘표정관리’
휘발유값 오르는 와중에 눈총 받을까 ‘표정관리’
정유업계가 갑작스런 연말 특수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지만 기름값 상승에 따른 소비자 비난을 걱정하는 속앓이 또한 커지고 있다.
2008년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었던 정유업계는 올해 4분기 들어 영업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우선 이익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이 크게 증가했다. 원유와 이를 정제한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과 국제 시세 차이를 뜻하는 정제마진은 올해 중순 배럴당 3~4달러 수준에 머물렀지만, 10월 이후 6달러 선을 넘어섰다. 한해 동안 정제마진이 배럴당 1달러 높아지면 정유사마다 영업이익은 2000억~4000억원가량 늘어난다.
정제마진 급증에는 난방유 수요 증가라는 계절적 요인과 더불어 ‘중국발 경유대란’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중국 경제가 고공비행을 이어가면서 전력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났고 일부 지역에서 제한송전이 이뤄졌는데, 이에 공장들이 경유로 자체 발전에 나서면서 주유소에서는 경유 구하기 전쟁이 벌어졌다. 이에 중국 정부는 수입 확대와 더불어 정유사들로 하여금 경유·등유·휘발유 생산에 주력하도록 했는데, 이는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의 생산감소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이 우리나라 정유사들에는 수출 수요와 제품 판매가격의 급상승을 안겼다. 나프타를 가공해 만드는 석유화학제품 중간재인 파라자일렌의 경우 올해 중순 t당 200달러 수준이었는데 최근 400달러까지 치고 올라왔을 정도다.
큰 폭의 실전호전에도 정유사들은 표정 관리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국내 기름값 오름세가 너무 가팔라 정유사에 대한 여론의 눈총이 따가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지난해 평균 ℓ당 1600원 수준이었는데 올해 11월엔 1700원대를 넘어서더니 12월 둘째 주에는 1767.6원까지 올랐다. 서울 시내에서는 2000원 이상인 주유소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시중 기름가격은 국제 시세에 따라 정해져 2008년에는 역정제마진이 발생해 수천억원의 손해를 입기도 했다”며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이 1%대여서 결코 높은 편은 아닌데, 기름값이 오르면 일단 욕을 먹는 게 정유사들의 숙명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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