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 묶으면 공기업 적자
결국 재정 부담으로 돌아와”
결국 재정 부담으로 돌아와”
정부가 연일 물가 불안에 대한 경계감을 높이며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행정력을 동원한 인위적 물가억제 대책은 단기 대책에 그칠 뿐 아니라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정부가 오는 13일 청와대 국민경제대책회의를 통해 발표할 물가안정 대책에는 대학등록금 동결 유도와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억제, 식료품값 가격 인상 시점 분산, 기업 담합행위 특별조사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가 물가대책을 낼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공공요금 인상 억제 대책은 앞으로 물가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는 전기 및 가스요금과 열차요금, 우편요금, 도로통행료 등 중앙 정부가 관장하는 공공요금에 대해 3월 말까지는 인상을 억제할 방침이다. 이 때문에 한국전력이나 가스공사는 영업수지 악화가 우려된다. 국제 유가나 천연가스 가격의 가파른 상승으로 비용부담은 늘어나는데 수입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신민영 엘지(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공공요금 인상요인이 있는데도 요금을 올리지 않는다면 상당 부분은 공기업 부채로 쌓이고 결국 재정으로 부담해야 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오랫동안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기는 어렵고, 인상 시기를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면 물가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정부는 식료품값 인상 움직임에 대해 관련 업체들과 수시로 협의를 벌이면서 인상 시점을 분산시키고 담합조사도 강화할 계획이지만, 이 역시 전형적인 70~80년대식 물가관리 대책이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정부가 물가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행정력을 오남용하게 되면 자원배분 왜곡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대책 마련에 참여하고 있는 정부 부처의 한 관계자도 “물가관리에서 행정당국이 빠른 시일 내에 성과를 내려다 보면 인위적 가격통제의 유혹을 받기 마련”이라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이런 대책은 단기적으로 물가를 잡을 수는 있어도 중장기적으로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구조적 대책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민간 경제주체들도 조금씩 양보하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며 적극적 물가 관리에 나설 뜻을 거듭 밝혔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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