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체제 출범뒤 TF 구성 등 총력투입 태세
“대통령 과제만 챙기며 업무 본말전도” 지적
“대통령 과제만 챙기며 업무 본말전도” 지적
공정거래위원회가 신임 김동수 위원장 취임 나흘 만인 6일 물가감시 총력체제로 조직을 개편했다. 이를 두고 공정위가 대통령의 ‘하명 과제’에만 집중하고 고유 업무인 시장경쟁 촉진 정책들은 소홀히 다루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날 공정위는 사무처장 직속으로 ‘가격불안품목 감시·대응 태스크포스(TF)’(이하 가격감시 티에프)를 설치하는 것을 뼈대로 한 인사·조직 혁신안을 전격 발표했다. 공정위는 앞으로 위원장 지휘로 ‘동반성장’과 ‘물가안정’ 과제에 모든 조직 역량을 집중하고 일상적 업무는 부위원장 중심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새로 만드는 가격감시 티에프에는 시장감시·카르텔조사·소비자정책 등 기존 핵심 3개국에서 참여하며, 국별로 물가불안 품목들을 나눠 종합 감시에 들어가게 된다. 한철수 신임 공정위 사무처장은 “최대 국정현안 과제의 하나인 물가상승률 3% 억제가 (티에프 신설의) 목표”라며 “국민생활과 밀접한 가공식품과 공산품을 비롯해 서민생활에 직결되는 품목 가운데 가격급등 품목을 선정해 가격담합 조사와 가격거품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등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공정위의 ‘물가잡기’ 행보는 이미 지난달 31일 김 위원장이 신임 공정위원장에 내정되면서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공정위원장의 전격 교체 배경엔 공정위가 물가관리에 더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하는 청와대의 주문이 담겨 있다는 관측이 무성했다. 김 위원장이 옛 재정경제부 등에서 주로 물가정책과 소비자정책을 맡아온 탓이다. 8년 만에 경쟁법 전문가 등 학계 출신이 아닌 경제관료 출신이 공정위원장에 입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취임사에서 “공정위가 물가안정을 책임지는 부처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나무만을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논리”라며 “물가안정을 위한 공정위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5일 오전에는 과장급 이상 공정위 간부 전원을 대회의실로 비상소집해 “공정위가 물가기관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은 색출하겠다”며 고강도 군기 잡기에 나섰다.
그러나 파격에 가까운 공정위의 변신에 대해 ‘기대’보다 ‘우려’의 시각이 더 많다. 물가당국이 아닌 공정위가 물가감시에만 역량을 쏟게 되면, 애초 설립 목적인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 집중 방지, 각종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감시 활동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에서 초대 공정위원장을 지낸 강철규 서울시립대 교수(경제학)는 “자유경쟁을 옹호해야 할 공정위가 가격을 인위적으로 내려라 올려라 하는 것은 본연의 임무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도 “공정위의 고유업무는 내팽개치고 대통령의 관심사항만 챙기려는 전형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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