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맞는 구본준 엘지전자 부회장
전임자 마케팅에 중점둬
R&D·품질 경쟁력 뒤처져
강하고 독한 실행력 주창
2군선수 키우듯 인재육성
하이닉스 인수 관심없어
전임자 마케팅에 중점둬
R&D·품질 경쟁력 뒤처져
강하고 독한 실행력 주창
2군선수 키우듯 인재육성
하이닉스 인수 관심없어
“강하고 독한 실행력의 재건, 그것이 바로 엘지(LG)전자의 결정구다.”
지난해 휴대전화 등 주력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구원투수’로 등장한 구본준(사진) 엘지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월1일 취임 뒤 정확히 100일 만에 공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7일 오전 11시(현지시각) 소비자가전전시회(CES)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벨라지오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제조업의 베이직(기본)은 연구개발(R&D)과 생산, 품질”임을 내내 강조하며, 최고경영자로서 그간 소회와 앞으로 계획을 밝혔다.
■ 제조업 기본으로 돌아간다 “엘지전자는 제조업체인데, 그 기본이 많이 무너져있었다.” 구 부회장은 엘지전자를 맡고 난 뒤 둘러본 국내외 생산현장의 실상을 이렇게 진단했다. 지난해 부진했던 휴대전화 사업이 올해 안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회사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데도, 그는 “내년에나 회복될 것”이라며 냉정하게 말했다. 구 부회장은 전임 최고경영자였던 남용 부회장의 마케팅 중심 경영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제조업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빠르게 제품 개발에 나서고(Fast), 강하고 독하게 실행하며(Strong), 쓸데없는 일을 줄여 똑똑하게 일해야 한다(Smart)”는 ‘패스트, 스트롱 앤드 스마트’를 내세웠다. 그는 무엇보다 “옛날 엘지전자는 독했는데, 이게 많이 무너졌다”며 “독한 문화를 우리의 디엔에이(DNA)로 삼겠다”고 말했다.
구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서도 밝힌 이 슬로건이 단지 대외 과시용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나는 슬로건을 좋아한다”며 “제조업의 경쟁력은 강한 리더십에서 나오고, 그것은 임직원이 ‘아! 이거다’ 하는 슬로건을 통해 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2군 선수’의 눈이 반짝이도록… 슬로건을 통한 조직 운영 방침과 더불어, 앞으로 외부 인재 영입보다 내부 임직원 육성에 더 힘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구 부회장은 그 이유를 야구단 운영 경험에서 찾았다. 휴일마다 야구를 할 정도로 야구 마니아인데다, 지난 2008년부터 엘지트윈스 구단주를 맡고 있는 구 부회장은 “엘지 트윈스가 성적이 안 좋았는데, 앞으로 외부에서 자유계약(FA) 선수를 영입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2군 선수들의 눈이 반짝반짝한다”며 “엘지전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엘지전자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엘지전자의 인재들”이라며 “열심히 일하는 그들에게 비전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임 남용 부회장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외부 인사, 특히 외국인 임원을 적극 영입하고 우대해 왔는데, 구 부회장은 이런 인사 정책과 선을 긋겠다는 것이다.
■ 하이닉스 관심없다 지난해 구 부회장 취임 뒤 증권시장에선 하이닉스반도체(옛 엘지반도체)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하이닉스반도체의 마지막 대표이사였던 인물이 엘지전자의 수장이 된 만큼 엘지의 하이닉스 인수 가능성이 커졌다고 시장은 본 것이다. 그러나 구 부회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하이닉스 인수에) 전혀 관심이 없고 시너지 효과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구 부회장은 다만 “하이닉스를 제외하고, 좋은 기업이 있으면 인수할 수도 있다”며, 새로운 유망 사업분야가 있으면 인수·합병(M&A)을 비롯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특히 “회사가 좋지 않을 때 투자를 많이 하게 된다”며 “지난 3년간 투자 규모보다는 확실히 훨씬 많은 규모의 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구본준 엘지전자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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