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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기고] ‘진보 10년’ 경제개혁 실패신자유주의에 굴복한 탓

등록 2011-01-10 08:29

홍종학/경원대 교수(경제학)
홍종학/경원대 교수(경제학)
[창간 22돌 기획 대논쟁] 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
3부 정책을 말하다-경제
① 덫에 걸린 한국경제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이른바 ‘진보적 정부’에서 추진했던 경제개혁은 실패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재벌개혁을 시도했으나, 부실화된 재벌을 국가가 떠안았을 뿐 재벌 중심의 경제운영은 바뀌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에서 동반성장을 추구했지만 재벌 계열의 수출 대기업과 내수 중소기업간 양극화의 골만 깊어졌다. 외형적인 경제의 모습에 비해 서민들의 삶은 개선되지 않은 채 사회적 불안정을 초래할 정도로 팍팍해졌다.

아직도 자신들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전 정부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답답하다. 반면 열악한 환경에서 국정 운영에 참여한 이들이 보여준 놀라운 열정과 노력조차도 모두 매도하는 진보개혁진영의 비판도 마찬가지다. 어느 쪽이든 일반 국민들의 인식과는 괴리된 채 진보적 연대정신을 포기한 독선적 자세가 바로 진보적 정부를 실패하게 만든 가장 중요한 요인이 아닌가 싶다. 그런 자세로는 성공적인 진보적 정부를 만들어낼 수 없다.

한국의 경제개혁을 어렵게 하는 것은 ‘승자의 저주’ 때문이다. 과거 개발독재 시대의 성공신화에 사로잡혀 있는 현재의 경제관료들은 지난 정부의 관료들과 같고, 그들은 모두 1970~80년대 성장의 주역들이다. 그들에게는 세계화와 기술발전, 중국과 인도의 부상과 같은 새로운 도전에 대한 장기적 대응전략이 없다. 과거의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관료에게 경제를 맡긴 진보적 정부에서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경제개혁 실패의 둘째 이유는, 신자유주의라는 시대적 조류와 이를 배경으로 한 자본의 위력을 돌파할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가 잘못된 규제완화에 따른 재벌의 과잉투자로 비롯되었는데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의 압력, 그리고 재벌의 이해에 맞춰 더욱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는 모순적 상황을 스스로 초래했다. 그 결과 이제 재벌은 한국 경제를 압도하는 공룡이 돼버렸다. 우리 경제는 성장을 위해 재벌에게 더욱 의존해야 하는 기형적 구조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마디로 인식은 신자유주의에 의해 지배당하고, 세력은 유착된 재벌과 관료에게 압도당한 것이 진보적 정부를 실패로 이끌었다. 외환위기 이후 노동을 핍박하여 자본의 수익률을 보장해야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신자유주의론자들과의 논쟁이 벌어질 때 진보적 지식인들의 역량은 부족하기만 했다. 결국 위기의 순간에 정리해고를 용인하여 대량 실업을 방치하였고, 그들을 위한 최소한의 복지를 제공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 이후 줄곧 한국 경제는 자본을 지원하고 노동을 핍박하는 어처구니없는 경제정책이 지배해 왔다.

세계화 시대에 자본의 이동은 자유롭다. 자본이 부족했던 개발연대 시대에는 각종 지원을 통해 투자를 촉진하면 그것이 다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선순환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생산적인 노동만 있다면 전세계에서 자본이 집중되는 시대다. 이런 상황에선 재벌 대기업이 막대한 수익을 올려도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대기업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거대 재벌 대기업이 부담하는 법인세율이 중소기업에 비해서 더 낮다는 현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부의 각종 지원금이 여러 단계를 거쳐 대부분 재벌 대기업에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도 거의 보도되지 않는다. 비효율적인 토건 사업에 몰두하는 정부 관료들이 결국은 재벌 대기업의 임원으로 자리를 바꾸는 등 관경유착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그런 가운데 노동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은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으로 폄하되고 있다.

시장경제의 역사에 따르면 자본과 노동을 어떻게 조합하는가가 국민경제의 성격을 결정한다. 노동조합이 붕괴된 한국 경제에서 신자유주의 이념과 재벌의 위세를 앞세운 자본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 냉혹한 현실을 인식하지 못했기에 진보적 정부는 모두 실패했다. 진보진영이 독선과 오만을 버리고 생산적 연대를 위해 헌신해야 하는 이유이다.

홍종학/경원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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