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심사지침 개정안
대기업들의 이른바 ‘계열사 물량 몰아주기’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강도가 대폭 후퇴할 전망이다. 대기업들의 물량 몰아주기는 부와 경영권의 신종 승계 방식이라는 지적을 받아온데다, 지난해 부당지원 혐의가 있는 기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한 공정위 방침에도 어긋나는 것이어서 비판을 사고 있다.
공정위는 계열사끼리 현저히 많은 규모로 거래할 때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부당한 지원행위의 심사지침’을 개정했다고 12일 밝혔다. 개정안은 대기업 그룹 계열사들이 서로 몰아주는 물량이 지원받는 업체의 사업유지를 위한 최소 물량을 초과했을 때 부당지원 행위로 본다는 내용이 뼈대다. 종전까지는 과도하게 후한 조건으로 물량을 몰아주는지 등을 살피는 ‘거래 대가(가격)의 차이’에 대한 판단 기준만 있었다.
그러나 심사지침에는 부당지원 행위 여부를 판단할 때 계열사 간 거래로 인해 비용 절감과 품질 개선 등 효율성 증대 효과가 발생했는지 여부를 고려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만일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들이 부당하게 글로비스에 물량을 몰아줬더라도 비용이 절감돼 효율성이 높아졌다면 규제를 할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물량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강도가 크게 후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공정위는 자금대여와 자산거래 등 다른 부당지원 행위를 규정하는 지침에선 모두 구체적 예시를 명시한 데 비해, 물량 몰아주기에 대해선 세부지침을 전혀 열거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실제 사건에 적용할 수 있는 예시 등은 좀더 검토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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