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위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효과 톡톡
지난해 가을, 중장비 업체들의 가격담합 사건 조사로 분주하던 공정거래위원회에 낯선 방문객이 찾아왔다. 조사 대상 업체 중 한 곳에서 왔다는 그의 손에는 커다란 서류봉투가 들려있었고, 안에는 가격 담합의 결정적인 증거들이 차곡차곡 정리돼있었다. 그동안 확실한 증거를 잡지 못해 애태우고 있던 공정위는 이를 바탕으로 과징금 수백억원을 업체들에게 부과했고, ‘자진신고’한 이 업체에게는 조사에 협조한 ‘대가’로 과징금을 절반 가까이 깎아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진신고자 감면제도’가 기업들의 담합 사건 해결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이 제도는 담합에 참여한 사업자 가운데 하나가 담합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먼저 제출하고 조사에 협조하면, 시정조처· 과징금을 면제하거나 줄여주는,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를 이용한 제도다. ‘죄수의 딜레마’란 두명의 범인이 경찰에 붙잡혔을 때 범행을 자백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서로 끝까지 지키면 둘다 가장 적은 처벌을 받게되지만, 한 쪽이 먼저 자백하면 자백한 쪽은 가벼운 처벌만 받고 풀려나는 반면, 다른 한쪽은 무거운 벌을 받는 상황을 말한다. 결국 상대방이 배신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먼저 자백에 나선다는 것이 핵심이다.
‘죄수의 딜레마’활용, 조사 협조한 기업 처벌 줄여…올 4월까지 5건 해결
공정위의 ‘자진신고자 감면제도’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어차피 공정위가 담합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관련 업체들이 모두 부인하면 담합 사실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상대방이 먼저 자백하면 남은 이는 엄청난 과징금을 부담해야 하기때문에 한 쪽이 먼저 담합사실을 털어놓게 되는 것이다. 최근 사상 최대의 과징금으로 논란이 된 통신업체 시내전화 담합사건에서도 이 제도의 역할이 컸다. 공정위 조사에 적극 협조한 하나로텔레콤은 과징금의 49%를 감면받았지만, 케이티에게는 개별 업체로서는 사상 최대 금액인 1154억원이 부과됐다.
“사업자 사이의 불신을 부추기고 배신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한다”는 이 감면제도 덕에 공정위는 올 1월부터 4월까지 모두 5건의 담합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 특히 올 4월, 담합행위에 가담했어도 가장 먼저 자수하는 기업은 시정조처와 과징금을 완전 면제해주고, 두번째 자수 기업은 과징금의 30%를 깎아주는 ‘선착순’ 자백 방식을 도입하면서, 자진신고에 나서는 기업들이 계속 늘고 있다고 공정위 관계자는 귀띔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요즘 담합 혐의를 받는 업체들은 서로 상대방이 자진신고 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느라 신경이 곤두서있다”며 “서로에 대한 불신감을 확산시켜 업계 안에 카르텔이 불가능한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 제도의 가장 큰 목표이자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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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 사이의 불신을 부추기고 배신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한다”는 이 감면제도 덕에 공정위는 올 1월부터 4월까지 모두 5건의 담합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 특히 올 4월, 담합행위에 가담했어도 가장 먼저 자수하는 기업은 시정조처와 과징금을 완전 면제해주고, 두번째 자수 기업은 과징금의 30%를 깎아주는 ‘선착순’ 자백 방식을 도입하면서, 자진신고에 나서는 기업들이 계속 늘고 있다고 공정위 관계자는 귀띔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요즘 담합 혐의를 받는 업체들은 서로 상대방이 자진신고 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느라 신경이 곤두서있다”며 “서로에 대한 불신감을 확산시켜 업계 안에 카르텔이 불가능한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 제도의 가장 큰 목표이자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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