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재정 및 고용정책은 지금까지 일자리 잃은 사람들의 불안을 해소해줄 든든한 안전망이 되지 못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27일 경기 수원 영통구 밀레니엄길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채용박람회 모습이다. 수원/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일자리 정책 대안은
[창간 22돌 기획 대논쟁] 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
3부 정책을 말하다-경제
③진보의 새길을 묻자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핵심 화두는 ‘고용 없는 성장’이다. 특히 경제성장에 따른 고용창출 능력은 다른 국가들에 견줘 한참 뒤처지는 수준이다. 한 예로 2000~2008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4.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3위인 반면에 고용탄력성(성장률 대비 취업자 증가율)은 같은 기간 23위에 머물렀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고용사정은 좀더 악화됐다. 만 15살 이상 생산가능인구 가운데 취업자 비중을 나타내는 고용률은 금융위기 이전에 59%대에서 2009년 58.6%로 급락했다. 지난해에도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취업자 수가 32만명 늘었지만 정작 고용률은 58.7%로 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공식 실업자뿐 아니라 사실상 구직 의사가 있어도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취업애로계층’은 지난해에도 연평균 190만명에 이르렀다. 금융위기 이전에 견줘 30만명 이상 더 많아진 규모다. 정부가 지난해 10월에 ‘국가고용전략 2020’을 내놓으면서 2020년에 고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데는 이런 고민이 깔려 있다. 따라서 파견 허용 업종을 늘리고 시간제 일자리를 대폭 확대하는 등 일단 취업자 수를 늘리자는 것이 정부 쪽 인식이다. 그러나 상당수 고용 전문가들은 ‘질’보다는 ‘양’에 초점을 맞춰 고용률을 높이려는 정부의 해법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병유 한신대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규모별, 고용형태별로 일자리가 이중구조화됐다”며 “제한된 수의 안정적 일자리를 두고 과당경쟁하는 문제를 일으켜 고용 전반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성장잠재력의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진국에 견줘 고용 비중이 낮은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청년고용할당제’ 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의 강화와 대기업의 사내하도급 활용 규제, 근로시간 축소와 일자리 나누기 등을 통해 주변부 일자리를 줄이고 중심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형 ‘유연안정성’ 모델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정규직의 경직적 연공급 임금체계와 장시간 근무체제를 대폭 유연화하는 동시에 교육·주택·의료 관련 비용 절감과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축소를 위한 투자를 확대해나가야 한다”는 처방을 내렸다. 그는 “오이시디 국가와 비교해보면 보건의료·복지·교육 분야의 공공서비스 고용 규모가 특히 적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책 기조를 수출·대기업 중심에서 고용유발 효과가 높은 내수·중소기업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 연구위원은 “수출의존도는 1990년대 35.7%에서 2000년대에는 45.7%로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수출이 고용을 견인하지는 못했다”며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 육성을 통해 내수를 확대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등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고용창출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3부 정책을 말하다-경제
③진보의 새길을 묻자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핵심 화두는 ‘고용 없는 성장’이다. 특히 경제성장에 따른 고용창출 능력은 다른 국가들에 견줘 한참 뒤처지는 수준이다. 한 예로 2000~2008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4.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3위인 반면에 고용탄력성(성장률 대비 취업자 증가율)은 같은 기간 23위에 머물렀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고용사정은 좀더 악화됐다. 만 15살 이상 생산가능인구 가운데 취업자 비중을 나타내는 고용률은 금융위기 이전에 59%대에서 2009년 58.6%로 급락했다. 지난해에도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취업자 수가 32만명 늘었지만 정작 고용률은 58.7%로 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공식 실업자뿐 아니라 사실상 구직 의사가 있어도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취업애로계층’은 지난해에도 연평균 190만명에 이르렀다. 금융위기 이전에 견줘 30만명 이상 더 많아진 규모다. 정부가 지난해 10월에 ‘국가고용전략 2020’을 내놓으면서 2020년에 고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데는 이런 고민이 깔려 있다. 따라서 파견 허용 업종을 늘리고 시간제 일자리를 대폭 확대하는 등 일단 취업자 수를 늘리자는 것이 정부 쪽 인식이다. 그러나 상당수 고용 전문가들은 ‘질’보다는 ‘양’에 초점을 맞춰 고용률을 높이려는 정부의 해법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병유 한신대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규모별, 고용형태별로 일자리가 이중구조화됐다”며 “제한된 수의 안정적 일자리를 두고 과당경쟁하는 문제를 일으켜 고용 전반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성장잠재력의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진국에 견줘 고용 비중이 낮은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청년고용할당제’ 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의 강화와 대기업의 사내하도급 활용 규제, 근로시간 축소와 일자리 나누기 등을 통해 주변부 일자리를 줄이고 중심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형 ‘유연안정성’ 모델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정규직의 경직적 연공급 임금체계와 장시간 근무체제를 대폭 유연화하는 동시에 교육·주택·의료 관련 비용 절감과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축소를 위한 투자를 확대해나가야 한다”는 처방을 내렸다. 그는 “오이시디 국가와 비교해보면 보건의료·복지·교육 분야의 공공서비스 고용 규모가 특히 적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책 기조를 수출·대기업 중심에서 고용유발 효과가 높은 내수·중소기업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 연구위원은 “수출의존도는 1990년대 35.7%에서 2000년대에는 45.7%로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수출이 고용을 견인하지는 못했다”며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 육성을 통해 내수를 확대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등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고용창출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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