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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남유럽 재정위기는 복지탓? 번지수 잘못 짚었다

등록 2011-01-26 19:33수정 2011-01-26 21:20

남유럽과 북유럽 국가의 공공사회(복지) 지출(2007년)
남유럽과 북유럽 국가의 공공사회(복지) 지출(2007년)
만성적 무역적자속 유로화 편입에 상황 악화
부동산 상속세 폐지 등 대규모 감세까지 한몫
“재정위기 극복과 복지시스템 개혁은 별도 과제”
‘남유럽 재정위기’는 보편적 복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또다른 논거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재정위기는 과다한 복지지출이라기보다는, 만성적인 무역적자 상황에서 유로화에 편입하고, 감세로 인해 세수기반이 약화된 점에 주로 기인한 것이다.

그리스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말 부도 위기에 빠졌다. 직접 계기는 그리스 정부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2.7%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통화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4% 수준으로 속여왔던 사실이 드러난 것이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그리스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고 국채 가격이 폭락했으며, 그 여파가 재정적자 규모가 큰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나머지 남유럽 국가들로 퍼지기 시작했다.

이런 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만성적인 무역적자 상태에서 유로화 단일 통화권으로 편입된 점이 화근이 됐다. 남유럽 국가들은 가뜩이나 제조업 경쟁력이 취약했는데, 유로화 가입은 이들 국가의 수출 경쟁력에 걸맞지 않게 화폐가치를 높이는 요인이 됐다. 특히 유로권 내에서는 경상수지에 따라 환율이 조정되지 않는 고정환율제로 돌아간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경상적자가 확대됐다.

세수 기반도 취약했다. 그리스는 군사독재 저항수단이었던 조세회피가 관행화되면서 지하경제가 비대했다. 지하경제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국내총생산 대비 13.6%에 불과한데, 그리스는 24.7%에 이른다. 스페인, 포르투갈 등도 이 비중이 19%대로 낮지 않다. 이런데도 그리스 우파 정부는 법인세율을 2004년 35%에서 2007년까지 25%로 끌어내리고 부동산 상속세를 폐지하는 등 대규모 감세정책을 단행했다.

유럽연합(EU)이 통화 통합은 돼 있으나 ‘재정 통합’은 돼 있지 않은 점도 남유럽 재정위기를 악화시킨 요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은 연방정부와 연방준비은행(연준)이 돈을 풀어 위기를 탈출할 수 있었으나, 유럽연합은 이런 구조가 아니다. 재정은 국가별로 운용하기 때문에 독일 같은 강대국의 재정에서 돈을 풀어 그리스로 흘려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고, 유럽중앙은행도 강대국 입김이 세서 연준처럼 나서지 않는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승일 정책위원은 “유럽중앙은행은 각국이 조세권을 따로 가지고 있는 탓에 미국처럼 대처를 못 한다”고 말했다.

남유럽 재정위기는 당장 복지지출 축소 공방을 불렀다. 이들 국가는 국채 발행을 통해 대규모 재정적자를 메워야 하는 형편인데, 국제 금융자본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국제 금융자본은 이들 국가의 국채에 높은 금리를 물리면서 동시에 복지지출 축소 등 강력한 재정 긴축을 요구했다. 국내외 보수 언론들도 이들 국가의 복지지출이 과도했다고 질타하고, 유럽식 복지국가의 지속가능성을 부정하는 주장까지 폈다.

하지만 복지 전문가들은 과도한 복지지출을 재정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일단 남유럽은 농촌 중심 대가족주의 성향으로 북유럽이나 서유럽에 견줘 ‘국가 복지’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나라들이다. 2007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공공사회지출은 스웨덴이 27.3%, 프랑스와 독일이 각각 28.4%, 25.2%이다. 반면 남유럽은 그리스 21.3%, 스페인 21.6%, 포르투갈 22.5%로 오이시디 평균치인 19.3%에 가깝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그리스 노인연금제에 비효율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남유럽 재정위기의 근원을 과도한 복지지출에서 찾는 것은 난센스”라며 “재정적자와 누적 국가채무가 모두 불어난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은행권이 부실해지고 막대한 재정지출이 요구되자 위기가 닥친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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