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개월간 두바이유 및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 추이
국제석유제품 가격에 연동돼
정유사는 이익 커져
정유사는 이익 커져
‘원유값은 오르다 말다, 휘발유값은 오르고 또 오르고.’
기름값이 꿈틀대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이후, 우리나라가 주로 들여오는 유종인 두바이유값은 전반적 상승세 속에서도 몇 차례 조정기를 겪었지만, 정작 휘발유 가격은 끊임없이 오르기만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휘발유 가격이 원유가 아니라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휘발유 제품 평균가격에 곧장 연동되는 데 따른 결과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망 자료를 보면,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10월 첫째 주 배럴당 80.68달러에서 올해 1월 넷째 주에는 92.61달러로 14.79%(11.93달러)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694.21원에서 1830.70원으로 8.06%(136.49원) 올랐다. 휘발유값 상승분이 원유값 상승분의 절반을 약간 넘는 정도인 셈인데, 이는 전체 휘발유값에서 원유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46%에 불과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원유값과 휘발유값 추이엔 다소 차이점이 있다. 이 기간 동안 원유값은 오름세와 보합세를 되풀이한 데 반해 휘발유값은 꾸준히 오르기만 했다. 지난해 10월 첫째 주에서 넷째 주 사이 원유값은 80달러 전후에서 등락을 거듭했지만 휘발유값은 매주 올라 1694.21원에서 1705.75원까지 치솟았했다. 11월에도 원유값은 배럴당 82달러 선에서 85달러 선까지 올랐다가 다시 82달러 선으로 내려앉았지만, 휘발유값은 1724.14원까지 줄곧 올랐다. 이처럼 원유값과 휘발유값이 서로 다른 상승 패턴을 보이는 배경엔 휘발유값이 결정되는 구조가 놓여 있다. 휘발유값은 원유값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휘발유 제품의 국제시장 평균가격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 석유 제품 가격이 그만큼 꾸준한 상승세를 탔다는 것으로, 이를 뒤집으면 정유사의 정제마진도 그만큼 늘어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2009년엔 국제시장에서 원유와 석유 제품 가격 차가 좁혀지더니 결국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 정유 부문에서 큰 적자를 봤다”며 “정제마진이 마이너스가 됐을 땐 아무 말 안 하다가 조금 높아지자 온갖 비난을 받는 것은 우리로서는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정유사들은 자칫 여론의 화살이 자신들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에쓰(S)-오일은 지난 27일 실적 발표 때 정유 부문 이익률(2.4%)이 석유화학 부문(4.3%)과 윤활기유 부문(21.7%)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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