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에 증권사 주가 강세
대형투자은행 육성엔 회의적
대형투자은행 육성엔 회의적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혁명’, ‘빅뱅’ 등 강렬한 언사를 동원해가며 자본시장 재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증권업종 주가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중하고 장기적인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7일 증권시장에서는 김 위원장이 우리금융에서 분리 매각하는 방안을 직접 언급한 우리투자증권 주가가 6.31% 오르는 등 증권업종 전체가 강세를 보였다. 은행업종도 1.24% 올랐다.
김 위원장은 대형 투자은행(IB) 육성, 헤지펀드 활성화 등을 통해 국내 자본시장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며, 이를 위해 시장과 터놓고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이비를 활성화하려면 금융회사의 자본금이 커져야 하고, 결국 엠앤에이(인수합병)로 대형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 가능성이 나오면서, 이들 증권사의 주가가 오르는 것은 정부가 합병하는 증권사에게 선물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아이비 육성과 헤지펀드 활성화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국에서 대형 아이비가 나오려면 적어도 한국과 중국, 일본의 금융제도가 통합돼 단일한 시장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차라리 대우증권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는 게 더 빠를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형 아이비가 한국에 본거지를 두고 활동할만한 토양이나 환경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헤지펀드도 마찬가지다. 증권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말 잘 듣는 헤지펀드를 원할 텐데, 헤지펀드라는 게 원래 틈새를 노려 초과수익을 내는 건데, 말 잘 들으면서 초과수익을 낼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대형화와 국제화를 성급하게 추진하기보다는 적절한 환경과 제도를 만드는 게 먼저라는 의견도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금융산업 육성은 제조업처럼 정부가 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금융거래 당사자들간의 인식, 분쟁 해결 절차, 감독 능력 등 기본 인프라가 전제돼야 가능하다”며 “규제 완화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위험을 우리 금융당국이 통제할 능력이 있느냐에 대한 신뢰가 축적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 자본 유출입을 통제하는 은행세 도입을 추진하면서 한편으로 자본 유출입 위험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는 건 양립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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