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열처리땐 괜찮다” 말바꿔
“드물게라도 인간 전염 가능성” 논란
“드물게라도 인간 전염 가능성” 논란
구제역 여파로 개학 뒤 학교 급식용 우유 공급에 차질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구제역 발생 위험지역’의 낙농가에서도 ‘마시는 우유’를 생산할 수 있게 허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8일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로부터 반경 3㎞ 이내에 해당하는 구제역 발생 위험지역에서 집유한 원유도 열처리를 거치면 마시는 우유(시유)로 쓸 수 있도록 구제역 대응 매뉴얼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매뉴얼에서는 구제역 확산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위험지역에서 나온 원유는 폐기하는 게 원칙이었다. 다만 위험지역 안에서만 움직이는 집유차량으로 원유를 수거한 뒤 이를 3㎞ 경계지점에서 펌핑을 통해 유가공업체 차량으로 옮길 경우, 이 원유를 가져다가 분유·버터·치즈 등 유가공 제품 원료로 쓰는 것은 허용됐다.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관계자는 “유가공품으로 쓰든지, 시유로 쓰든지 방역상의 위험도는 다를 게 없지만 가능한 한 폐기를 유도하고 밖으로 나가는 원유 물량을 최소화하려는 뜻에서 유가공품 용도로만 외부 방출을 허용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최근 우유 수급에 비상등이 켜지자 태도를 바꾸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위험지역이라고 해도 구제역에 걸린 젖소에서 집유를 하는 게 아닌데다, 백신 접종으로 방역상의 위험은 대폭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농식품부 관계자는 “구제역 바이러스는 56도에서 30분, 76도에서 7초 가열 처리를 하면 완전히 사멸해 식품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며 “발이 묶인 농가 반발이 큰데다 우유도 모자라는 상황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우유 업체는 정부의 조처를 반기고 있다. 국내 우유시장에서 최대 점유율을 차지하는 서울우유협동조합 쪽은 “젖소 10~14% 살처분으로 개학 뒤에는 원유 공급이 달린다”며 “이번 규제 완화로 3~5% 정도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과 보건 안전에서 ‘사전 예방’의 원칙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정부의 태도 변화에 불안감을 드러냈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의 박상표 정책국장은 “호주의 동물보건 당국은 구제역이 아주 드물게라도 인간에게 전염되며, 바이러스에 감염된 우유를 마시는 것을 통해서도 전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누리집을 통해 밝히고 있다”며 “백신을 맞은 젖소도 체내에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전 예방의 원칙에선 이번 조처가 후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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