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중기 기술 유용땐 ‘3배 손해배상’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하도급법 개정안’ 상임위 통과…제한적 적용 ‘한계’
원자재값 변동때 중기조합에 ‘대금조정 협의 신청권’
원자재값 변동때 중기조합에 ‘대금조정 협의 신청권’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대기업이 함부로 사용할 경우 손해액의 3배를 물어주도록 하는 제도가 도입될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이 제도는 그동안 정부·여당의 반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0일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뼈대로 한 하도급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무단유용했을 때 해당 중소기업한테 발생한 손해액의 3배를 물도록 하는 ‘3배 손해배상제’ 도입 내용이 담겼다. 또 개정안은 원자재 가격 변동이 있을 때 중소기업협동조합이 하도급대금 조정을 위한 협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2년 동안 시행 경과를 지켜본 뒤에 실효성이 떨어지면 중소기업협동조합에 협의권(집단교섭권)도 주는 등 대안을 마련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이번 개정안에는 원청 대기업의 2~3차 하도급업체에도 법을 적용하도록 하는 등 정부가 지난해 9월29일 발표했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 대책’의 주요 내용들도 담겼다. 여야는 11일 법사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이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3배 손배제도는 몇 년 전부터 중소기업과 시민단체, 야당 등에서 도입 필요성을 거론해온 데다 현 정부도 2007년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인수위 시절부터 제도 도입을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 일부에서도 실손해액 배상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현행 민법체계와 어긋난다는 이유로 반대하면서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해왔다.
이런 기류는 지난 9일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만나 제도 도입에 합의하고 청와대 쪽에서도 힘을 실어주기로 하면서 확 달라졌다. 3배 손배제와 집단교섭권 도입에 반대했던 공정위는 여야 정치권이 독자입법 방침을 고수하자 3배 손배제는 수용하되, 집단교섭권 도입은 유예하는 방식으로 한발 물러섰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실질적 상생과 역량있는 벤처기업의 발전을 위해선 최소한 대기업의 부도덕한 기술탈취는 막아야 한다는 각오로 공정위원장 등 제도 도입에 미온적인 경제관료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현행 민법체계의 틀을 넘어서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제재를 가할 수 있게 되는 셈이어서 의미가 적지 않다. 하지만 3배 손배제를 대기업의 기술유용 행위에만 국한하기로 해, 제도 도입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뒤따를 전망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미국을 비롯해 대다수 선진국들은 모든 경쟁법 위반에 대해 3배 손배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개정안은 지극히 제한적인 선에서 도입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박선숙 의원(민주당) 등은 모든 하도급거래에 대해 3배 손배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낸 바 있다.
황보연 신승근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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