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도 주택 임대차 시장 방향성 /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전세대란 사전경고’ 무시 발언들
지난해 9월 제출받은 용역보고서에서 경고
전세난 중형에서 소형으로 확산 예고 비공개
정종환 장관 “일시적” 진단…안이한 대처
전세난 중형에서 소형으로 확산 예고 비공개
정종환 장관 “일시적” 진단…안이한 대처
국토해양부가 외부 연구기관에 의뢰해, 지난해 9월 ‘전세대란’의 가능성을 경고하는 용역보고서를 받고서도 대책 마련에는 ‘뒷짐’을 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한겨레>가 입수한 국토부의 ‘전월세시장 변동요인 분석 및 안정화 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2011년 전세가격 불안은 서울 중형아파트 중심으로 발생될 가능성이 있으며, 전셋값 상승이 중형에서 소형으로, 서울에서 인근 경기도로 차례로 파급될 수 있다”는 내용의 경고가 담겨 있다. 이 보고서는 국토부 주택정책과가 3880만원을 들여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뒤 지난해 9월23일 제출받은 정책보고서로 지금껏 ‘비공개’로 묶어뒀던 것이다.
보고서는 서울 송파구 잠실 등의 중형아파트 전셋값이 억대로 치솟는 것을 계기로, 전셋값 급등이 소형아파트, 다세대와 연립주택, 서울 외곽과 경기도 등으로 번져가던 전세대란의 큰 그림을 거의 정확히 예견하고 있다. 보고서는 무엇보다 수도권 중형아파트의 입주 물량이 2010년과 2011년 모두 급감하는 사실을 주목했다. 2010년 수도권 중형아파트 입주 물량이 이전 3년 평균치보다 19.5%, 이전 5년 평균보다는 27.1% 급감하는데다 2011년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란 점을 지적하며, “중산층 대상의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또 “중형주택 임대료가 오르면 세입자가 주택 규모를 줄여나가면서 소형아파트로까지 임대료 상승이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전세 계약 형태는 월세나 보증부 월세로 전환해 임대료를 올리는 상황도 다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한꺼번에 전세금을 올리기가 쉽지 않은 탓에 보증부 월세, 다시 말해 ‘반전세’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예산을 들여 정책보고서를 만들어놓고도 국토부가 이를 무시한 채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점이다.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보고서가 제출된 지 닷새 뒤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전세 문제는 매년 이사철이 되면 나타나는 수준”이라며 “이에 대한 대책도 없다”고 말했다. 전세난이 번지던 지난해 12월 말에도 “아직 심각한 수준이 아니며 해결을 낙관한다”고 말했다. 해가 바뀌어 전세대란이 본격화한 뒤에는 1·13, 2·11 전월세 대책을 연이어 내놓으면서도 “(전세대책은) 언론 때문에 낸 거다”라고 말하는 등 상황 오판이 잇따랐다.
보고서는 선진국 사례를 들어 주택임대시장의 구조적 안정을 위해서는 “주택 공급, 임대료 지원, 임대료 통제의 3가지 접근을 균형있게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가 최근 내놓은 전월세 대책은 세입자에게 전세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머물 뿐 임대료 통제나 저소득층 주택 바우처 제도 등은 반영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토부는 전세대란을 사실상 예고하는 정책보고서를 받고 나서도 서민 주거안정과 세입자 직접 보호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매매 시장이 풀려 집값이 올라가면 전세난도 풀린다는 안이한 자세로 일관했다”며 “전세대란을 발판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연장을 주장하고 다주택자와 민간 건설업계의 배만 불리려 할 것이 아니라 보금자리 분양주택의 공공임대 전환, 전월세 상한제와 임대계약 갱신청구권 도입 등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근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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