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위험 배제 못해” 원전 가동시한 연장 보류
중·터키·브라질 “재검토” 인도·EU 안전성 검사
중·터키·브라질 “재검토” 인도·EU 안전성 검사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연쇄 폭발로 인한 ‘원전 재앙’ 공포가 세계 각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화석연료 고갈과 기후변화에 따라 최근 몇년 각광받아온 원자력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며, 원전 정책 재검토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2일 수만명의 시민이 원전 가동시한 연장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독일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시위 이틀 만에 “일본에서 발생한 일은 완전히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됐던 위험도 실제로는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며 “원전 가동시한 연장 결정을 3개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스위스 정부도 신형 원전 교체 계획 보류를 선언했다.
원전 정책 재검토와 안전점검 주장은 좀더 광범위하다. 현재 가동중인 13개 원전 이외에 27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었던 중국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재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와 원전 건설 협상을 진행하다 현재는 일본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터키와 브라질 등에서도 원전 도입·확대를 재검토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20기의 원전을 운용하고 있으며 최근 프랑스 업체와 신규 원전 2기 건설 계약을 맺은 인도도 전면적인 안전성 검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고, 유럽연합(EU)은 역내 원전의 안전성을 점검하기 위한 27개 회원국 장관급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원전 대국 정부들은 정책 변화에는 선을 긋는 분위기다. 104개 원전에 전체 전력 생산량의 20%를 의존하는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원자력을 미국의 주요 에너지원 가운데 한 부분으로 계속 유지해나갈 방침을 밝혔다고 14일 백악관은 전했다. 50여개 원전에서 전력 80%를 생산해내는 프랑스의 알랭 쥐페 외교장관도 15일 “(후쿠시마 원전의) 현재 상황이 매우 심각하고 그 위험성이 높다”면서도 “안전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프랑스가 원전을 포기할 것이라고 한다면 거짓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원전 수출국인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도 “일본 원전이 핵폭발을 일으킬 위험은 없다”며 “러시아인들도 절대적으로 안전한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지도자들의 장담과는 달리 이번 사고를 계기로 원전 산업이 급속히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거의 30년 만에 발생한 대형 원전 사고의 충격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석유와 가스 의존에서 탈피하기 위한 원자력 산업 부흥에 매우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될 것”이라고 14일 보도했다. 사설에서도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다시 제기되고 있는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는 적어도 유럽 등에서는 원전 백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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