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절대 2~3년 앞 안내다봐”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국내 대기업이 정부 부처보다 더 관료적이고 단기 성과에만 급급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
곽 위원장은 지난 17일 케이비(KB)국민은행이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세미나의 특별강연에서 “2년간 고환율로 (기업들의 실적이) 좋았지만 대표 기업들이 수익을 많이 낸 것이 앞으로 독약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정부 부처가 관료적이라고 하지만 대기업은 더 관료적이며, 그때그때 성과로 포지션이 결정되기 때문에 절대로 2~3년 앞을 내다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의 전략산업 분야인 조선과 자동차, 전자산업의 미래에 대해서도 비관론을 폈다. 곽 위원장은 “국내 조선산업은 중국에 빼앗겼다고 보고 있으며, 자동차는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의 자동차 등록 수 제한이 영향을 줄 수 있어 잘하면 버틸 수 있고 잘못하면 못 버틴다고 본다”면서 “(가전제품의 경우에도) 가격은 반이지만 거의 (기술) 차이가 안나는 중국 하이얼한테 먹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버틸 수 있는 것이 콘텐츠 산업”이라며 “고도 경제 성장에도 좋고 젊은 층에 필요한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곽 위원장은 “지난 1월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시회에 갔을 때 삼성전자 사장이 드림웍스와 콘텐츠를 만들어 잘해보자고 했지만, 드림웍스에 물어보니 ‘미쳤느냐’며 ‘엘지(LG)도 주고 삼성도 주겠다’고 했다”며 “콘텐츠는 무조건 디바이스(장치산업)를 이긴다”고 덧붙였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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