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가격 지수
일 지진 이전 수준 회복
옥수수·구리등 상승세로
산유국 정정불안 커져
국제유가도 급등 전망
일 지진 이전 수준 회복
옥수수·구리등 상승세로
산유국 정정불안 커져
국제유가도 급등 전망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습이 시작되면서 가뜩이나 불안하던 국제 원자재시장이 더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이후 석달째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국내 수입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20일 기획재정부와 국제금융센터(IFC)가 낸 자료를 보면, 대표적인 국제 원자재가격 지수인 시아르비(CRB)지수는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11일에 전날보다 2.57 떨어진 351.88을 기록한 데 이어, 15일에는 338.14까지 내려섰다. 지진해일 피해를 입은 일본 산업계의 생산차질로 원자재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16일에는 원자재 지수가 338.17로 다시 반등했다. 일본 재건 수요가 예상되는데다, 중동 지역 정정 불안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고조된 탓이 컸다. 이후 원자재 지수는 17일 348.67, 18일 351.15을 기록하는 등 사흘 연속 상승세를 탔다. 원자재 지수는 지난해 6월4일 294.08을 저점으로 오름세가 계속돼 지난해 말 332.8까지 13.2%가 올랐으며 올 들어 18일까지 상승률도 5.5%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주말 감행된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습은 21일 석유시장을 비롯해 세계 주요 원자재시장이 개장하는 대로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주로 들여오는 두바이유(현물)는 지난 10일 배럴당 110.55달러에서 이튿날 일본 대지진 발생 소식과 함께 4거래일 연속 하락해 16일에는 배럴당 104.19달러까지 떨어졌다. 세계 2대 원유수입국인 일본 정유사들의 가동 중단 결과였다. 하지만 유가는 17일 상승세로 돌아서더니 18일에는 배럴당 110.11달러로 뛰어올라 대지진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이는 중동 정세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일본 대지진 발생 초기의 수요 감소 전망을 압도했음을 보여준다.
잠시 주춤했던 유연탄 가격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일본 원전 붕괴 사태로 유럽 등 세계 주요 원전 운영 국가들이 일제히 원전 안전점검에 들어가면서 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을 높였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에선 석탄화력발전소 5기가 고장나는 바람에 오스트레일리아산 석탄이 t당 130달러에서 17일 125달러로 5달러 떨어졌으나, 유럽에서는 독일이 원전 7기를 정지시키면서 유연탄 수요가 급격히 늘어 같은 기간 현물가격이 t당 123달러에서 127달러로 올랐다.
곡물과 비철금속 등 다른 주요 원자재 가격도 지난주 중반부터 강하게 반등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옥수수 선물가격은 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11일 부셸당 전날보다 19센트 떨어진 664센트를 기록하고 16일에는 616센트까지 떨어졌으나 17일 647센트, 18일 685센트 등으로 대지진 이전 시세보다 더 올라갔다. 밀 선물가격 역시 16일 부셸당 662센트로 저점을 기록한 뒤 17일 710센트, 18일 723센트 등으로 가파른 상승세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가격(3개월 뒤 인도분)도 10일 t당 9191달러에서 15일 9118달러로 내린 뒤 상승세로 돌아섰고 18일에는 일본 대지진 직전보다 3.5% 높아졌다. 니켈 역시 18일 2만6750달러까지 올라 지진 직전보다 2.7% 상승했다. 알루미늄과 주석 등 다른 주요 금속 시세도 같은 흐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리비아 공습 소식은 원자재 가격 상승세에 기름을 부은 꼴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이상재 투자전략부장은 “다국적군의 공습이 리비아 사태를 조기에 마무리지을 수 있을 것이냐에 단기적 원자재 가격의 전망이 달려 있다”며 “리비아 사태가 빨리 마무리된다 해도 바레인·사우디·이란 등 핵심 산유국들의 정정불안이 여전한 상황이어서 유가 안정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리비아 사태 악화는 심리적 충격에 머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에너지시장연구실장은 “다국적군이 리비아를 공습해 유가가 추가로 상승하겠지만 리비아의 석유공급이 하루 100만배럴가량 감소한 지는 꽤 된 만큼 ‘리비아 변수’는 이미 (가격에) 많이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국제유가의 큰 흐름은 중동의 정세불안이 어디까지 퍼져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정세라 이순혁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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