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그룹 가계도
사정기관들 기름·통신·건설 계열사 정조준
사촌간 분란·지주회사 매듭도 ‘발등의 불’
사촌간 분란·지주회사 매듭도 ‘발등의 불’
재계 서열 3위인 에스케이(SK)그룹이 안팎으로 시련을 겪고 있다. 주요 계열사들이 정부 부처나 사정기관들로부터 전방위 압박을 받는데다 ‘사촌 분가’ 논란까지 겹친 탓이다.
우선 정부는 양대 주력사인 텔레콤과 이노베이션을 정조준하고 있다. 정부가 가격결정 구조가 이상하거나 가격이 과도하게 높은 것으로 여겨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한 업종이 기름과 통신인데, 두 업종의 1위 업체들이 모두 에스케이 계열사들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정기관들의 ‘공세’가 잇따라 몰려드는 것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11월부터 국세청이 통신장비 납품 과정에서의 세금 탈루 의혹과 관련해 에스케이텔레콤과 에스케이텔레시스 등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진행하더니, 기름값 논란이 불거진 지난 1월엔 공정거래위원회가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을 방문해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관련 자료들을 챙겨갔다. 이밖에 에스케이건설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의 수사를 받는 중인데, 고양 식사지구 비리 의혹에 밀려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긴 했지만 수사가 언제 다시 본격화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1일에는 휴대전화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공정위 시장감시국이 에스케이텔레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렇듯 검찰·국세청·공정위 등 모든 사정기관으로부터 잇따라 조사를 받는 처지에 몰리자 그룹 전체는 언제 어디로 불똥이 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21일 공정위가 텔레콤 조사에 착수한 직후, 에스케이그룹 한 임원은 “(그룹 수뇌부가) 상당히 힘들어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촌간 분가 문제도 골칫거리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집안에 분가란 없다”고 공언하던 최신원 에스케이시(SKC) 회장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제 분가할 때가 됐다”고 선언한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에스케이네트웍스 주주총회에 참여해 회사 경영방식 등에 직접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창업자인 고 최종건 회장의 둘째 아들인 최신원 회장의 이런 행보에 그룹 쪽은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곤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재계 한 임원은 “(최신원 회장이 소유한) 에스케이시 지분이 3%대에 불과한데 뭘 어떻게 (분가를)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전혀 통제가 안 되는 분이어서 그룹으로서도 골치가 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에스케이증권 매각 문제 역시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를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현재 에스케이네트웍스와 에스케이시는 에스케이증권 지분을 각각 22.7%와 7.7%씩 소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허용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되긴 했지만 개정안이 1년 넘게 법사위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라는 데 있다. 에스케이증권 지분 처분 유예기간이 6월 말까지이고 통상적인 법률시행기간(3개월)을 고려하면 이달 안에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임시국회는 4월에나 열릴 전망인데다 재보선 등에 밀려 이슈로 떠오르지도 못하고 있다.
에스케이그룹 한 관계자는 “(법안 통과가 무산돼)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며 “(매각할지 더 버틸지 여부는) 결국 오너(최태원 회장)가 결단을 내릴 문제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룹 주변에서는 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 부과야 큰 부담이 아니겠지만, 가뜩이나 사정기관의 전방위 압박을 받아 그룹의 운신 폭이 좁은 상황인 만큼 결국 매각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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