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우선주 확대’ 좌절
현대그룹이 현대중공업과 우호세력들한테 가로막혀 또 한차례 실패를 맛봤다. 25일 현대상선 주주총회에서 우선주 발행한도를 현행 2000만주에서 8000만주로 늘리는 정관 변경안이 주요주주들의 반대로 부결된 것이다.
이날 오전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 본사에서 열린 주총 현장은 1시간30분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지분 23.8%를 보유한 현대중공업 쪽 변호사는 “보통주를 1억2000만주 발행할 수 있는데도 우선주를 발행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여기에 현대백화점과 케이씨씨(KCC)를 포함해, 애초 ‘찬성’ 위임장을 보냈다가 전날 위임장을 회수해간 현대산업개발도 이전의 중립적인 태도와 달리 반대표를 던지는 데 동참했다. 결국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는 정관 변경안은 찬성표 1.7%가 모자라 통과되지 못했다. 찬성 64.95%, 반대·기권·무효 35.05%였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은 기권했고, 7.75% 지분을 보유한 현대건설은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상선은 2007년 주총 때도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제3자에게 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안을 올렸다가, 범현대가 주주들과의 표 대결에서 밀린 바 있다.
주총이 끝난 뒤 현대그룹은 보도자료를 내어 “머스크 등 경쟁업체들이 대규모 선박 발주를 하고 있어 투자를 늘려야 하는 상황인데, 현대중공업의 경영권 장악 의도 때문에 제동이 걸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쪽은 “순수한 재무적 판단에서 주주 가치 훼손을 우려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현대중공업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사보수 한도를 8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증액하는 안건은 보통 결의요건인 과반수 이상 찬성(64.31%)을 얻어 통과됐다.
양쪽의 힘겨루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 쪽 우호지분은 현재 42%(금융권 지분 포함)로, 현대중공업·현대건설 등의 지분을 합한 38%와 격차가 크지 않다. 이 때문에 현대그룹은 경영권 안정화를 위해 우선주 발행 한도를 늘리려고 했던 것과 별개로,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현대건설 지분 7.75%를 넘겨달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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