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협약 평가항목별 점수배분 기준
‘대기업 협조 당부’ 연쇄간담회 추진
납품단가 보장보다 인식변화만 강조
전경련 입김에 자금지원 기준도 완화
납품단가 보장보다 인식변화만 강조
전경련 입김에 자금지원 기준도 완화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음달까지 56개 대기업의 동반성장 협약 체결을 추진하고 15대 대기업 총수를 잇따라 만나 동반성장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동반성장 문화가 산업 현장에 뿌리내리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제도개선을 통해 동반성장 환경을 조성하기보다는 대기업의 인식 변화에만 매달리는 모양새다.
공정위는 29일 현대자동차그룹 6개사를 시작으로 4월 말까지 동반성장지수 평가 대상 대기업 56곳의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협약’ 체결을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에스디아이(SDI)와 삼성중공업, 현대제철 등 그동안 상생협약을 한 차례도 체결한 적이 없는 16곳도 조만간 중소 하도급업체들과 동반성장 협약을 맺게 된다. 공정위는 내년 1분기에 협약 내용의 이행 실적을 평가할 예정이다. 이 결과에다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만족도 조사가 더해져 대기업들의 동반성장 지수가 나오게 된다.
또 공정위는 이런 협약의 평가 기준을 대기업의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는 쪽으로 바꾸기로 했다. 우선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규모를 국내외 매출액 기준으로 하되, 목표 설정을 종전 매출액의 0.8%에서 0.6%로 완화해주기로 했다. 영업이익이 적자가 난 대기업은 50%, 전년에 견줘 영업이익이 10% 이상 줄어든 곳은 감소한 비율의 절반만큼 자금지원 규모를 줄여줄 예정이다. 대기업의 경영사정도 고려해 자금지원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다.
아울러 공정위는 협약 이행도에 대한 배점을 49점에서 65점으로 높였고 대기업의 1~2차 협력사 간 지원방안에 대한 배점도 종전 3.5점에서 15점으로 늘리기로 했다. 실질적인 혜택이 중소기업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수차례 ‘동반성장 문화 확산’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4월 중순부터 전기·전자, 건설, 유통 등 6개 분야에서 ‘공정거래 문화확산 네트워크’가 구성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책임자 등이 사이버 커뮤니티를 통해 모범관행과 애로사항 등을 공유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 총수들의 동반성장 역할을 높이는 차원에서 상반기 중으로 15대 대기업 총수와의 연쇄 간담회도 추진한다. 이른바 ‘경제검찰’의 수장 격인 공정위원장이 잇따라 대기업 총수와의 간담회를 추진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 개별 그룹별로 만날지, 다 함께 볼지 등 구체적인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이르면 5월부터 추진될 것”이라고 전했다.
동반성장 문화 확산에 총대를 멘 공정위의 이런 움직임은 “동반성장은 대기업 총수의 인식과 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온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납품단가 조정협의권을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부여하는 등 불공정 하도급거래 관계를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는 대신 동반성장 문화만 강조하는 게 어떤 실효를 거둘지 모르겠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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