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신공항 입지평가 결과
둘다 탈락 ‘경제성’ 어떻기에
당시결과 제대로 공개안해
시간끌기로 갈등만 키운셈
최우선 항목 삼은것도 논란
당시결과 제대로 공개안해
시간끌기로 갈등만 키운셈
최우선 항목 삼은것도 논란
동남권 신공항 타당성 평가에서 두 후보지 모두가 탈락한 데는 무엇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부산 가덕도와 밀양은 둘 다 합격선인 50점을 한참 밑도는 30점대 성적을 기록했다.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위원회는 경제성, 공항운영, 사회환경 세 가지 항목을 근거로 평가했는데, 100점 만점에서 경제성에 40점을 배점하고 공항운영과 사회환경에는 각각 30점씩을 주었다. 두 지역은 가중치가 가장 높았던 경제성 항목에서 아주 형편없는 점수를 얻었다. 이 항목은 수요·비용·편익·시공의 용이성과 확장성 등으로 평가되는데, 부산 가덕도는 40점 만점에 12.5점을, 밀양은 12.2점을 기록했다. 이들이 30점짜리 배점 항목에서도 12.6~14.5점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경제성 평가는 두말없이 낙제점을 받은 셈이다.
두 지역의 불리한 지형도 문제가 됐다. 부산 가덕도는 활주로를 만들려면 해안가 개펄 지대를 메워야 하고, 밀양은 산을 깎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두 곳 모두 총사업비를 10조원 안팎으로 잡고 있지만, 막상 사업을 시작하면 이런 지형 요건 때문에 사업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실제 부산 가덕도는 105㎞ 떨어진 바다 밑에서 모래를 퍼와 24t 덤프트럭 870만대 분량의 흙으로 평균 수심 19m의 바다를 메우는 공사를 해야한다. 또 밀양은 27개 산봉우리를 깎아내 24t 덤프트럭 1240만대 분량의 흙을 7~12㎞ 밖으로 실어내는 공사를 해야 한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공사비도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을 수밖에 없는데다 주민 보상비도 만만찮게 늘어날 상황”이라며 “밀양은 벌써 땅값이 올랐고, 부산 가덕도 해안가 김 양식장 등에서도 입지 선정과 동시에 주민들이 보상비 문제를 들고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런 조짐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2008~2009년 국토해양부가 국토연구원에 의뢰해 진행했던 두번째 입지평가 연구용역에서는 두 후보지 모두 비용 대비 편익(B/C) 수준이 0.7~0.73으로 정책 추진에 필요한 타당성 기준치인 1을 밑돌았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 악영향 등을 우려해 이런 연구용역 결과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 게 아니라 일찌감치 사업 백지화를 발표했어야 영남권 지역갈등 등의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해양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대선공약 30대 프로젝트였는데 타당성 조사 결과 비용 대비 편익 숫자가 적게 나왔다고 (신공항 사업을) 덮기는 부담스러웠다”며 “그래서 한차례 더 검토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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