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황 교수 “공적기금화 필요”
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로 소비자들이 입은 피해를 직접적으로 배상해주기 위해 별도의 공적기금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4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공정거래 30주년 공동 학술심포지엄’에서 “공정거래법의 목적은 소비자 후생 증진과 이를 위한 시장경쟁의 촉진에 있으며 제도 개선도 이런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며 “공정위가 법 위반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과징금의 일정비율(30~50%)을 국고에 귀속시키지 말고 공적기금으로 만들어 피해자에게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짬짜미(담합) 등 공정거래법을 어긴 기업들이 얻는 부당한 이득이 대부분 피해자들의 손해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국가가 가져가고 피해자에게 민사소송을 통해 별도로 손해액을 배상받으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논리다.
이 교수는 “실제로 소비자들은 피해를 본 손해액 입증을 스스로 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민사소송을 통해서도) 충분한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예로 2002년 교복담합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 3525명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지만 5년 간의 소송 끝에 2007년 서울고등법원이 인정한 손해액은 1인당 4만여원에 불과했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이 교수는 “‘범죄피해자구조기금’ 등 견줄만한 전례도 있는 만큼 공적기금을 조성하거나 특별회계를 편성해 피해자들이 입은 손해를 실질적으로 돌려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집단소송제의 도입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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