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은 부풀리고 손실은 줄이고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줄어드는 관세수입은 10년간 연평균 1조7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정부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0년간 모두 5.6% 늘어나므로 되레 조세 수입 증대가 예상된다며 긍정적 효과만을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협정 체결로 인한 생산성 증대 효과를 가정한 ‘추정치’일 뿐이다. 추정치를 낸 10개 국책연구기관조차 보고서에서 “수치 자체는 의미를 두지 말라”고 밝혔을 정도다.
정부는 또 유럽연합은 공산품 품목 수의 99.4%에 대해 관세를 3년 안에 조기 철폐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95.8%를 3년 안에 조기 철폐한다며 협상 결과가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점을 집중 홍보했다. 하지만 유럽연합은 자유무역협정과 무관하게 공산품 가운데 2057개를 무관세로 153개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면 협정으로 관세 철폐 혜택을 보는 공산품 품목은 전체의 71.5%뿐이다.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수출이 늘어날 것이란 정부 주장과 달리 수출 확대 기회가 차단되는 분야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정부는 게맛살 원산지 협상을 두고 ‘일정 수출물량 한도 안에서 제3국의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특혜 관세를 받을 수 있도록 합의해 어묵 조제품의 대유럽연합 수출품이 확대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첫째 문제는 일정 물량이 2000~3500t으로 극히 미미하다는 점이다. 최대수출량을 기록했던 1997년 한국이 유럽연합에 수출한 게맛살은 3만188t에 달했다. 게다가 주재료도 명태살로 못박았다. 명태 단가는 ㎏당 2.91달러로 일반 생선살(1.33달러)의 2배나 비싸므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3500t 이외에는 한국산 생선살을 써야 관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수산물 양식의 원산지 규정에서도 유독 치어(새끼고기)를 반드시 한국산으로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북한이나 중국에서 치패(조개 종자)나 치어(새끼고기)를 들여와 양식하더라도 이를 한국산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됐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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