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 재벌 일가의 비상장 계열사 배당 현황
범한 구본호 242억, SPC 허영인 102억, 삼성 이부진은 51억
비상장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고…고배당 챙기고…
비상장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고…고배당 챙기고…
국내 대기업집단 대주주 일가가 직계 가족들이 소유한 비상장 계열사의 ‘파격적인’ 배당으로 짭짤한 돈벌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재벌그룹 계열 비상장 기업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재벌 일가들은 비상장사의 배당을 통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대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재벌들이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기업 매출과 수익성을 높인 뒤 상장차익으로 큰돈을 버는 것은 물론, 평균 이상의 배당성향을 적용해서 손쉽게 재산을 불리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실제 2009년 12월 결산법인 기준으로 일반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성향은 18.52%였는데, 재벌가 비상장사들은 이보다 훨씬 높은 배당을 시행했다.
엘지(LG)그룹 가계의 3세인 구본호씨와 그의 어머니 조금숙씨는 지분의 97%를 소유한 범한판토스를 통해 지난해와 올해 두 해 연속 242억5000만원씩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범한판토스는 비상장 물류회사로 범엘지계열로부터 받는 국내 일감이 7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의 배당성향은 지난해 58.8%, 올해 34%를 기록했다.
파리바게뜨 등으로 유명한 에스피시(SPC)그룹의 허영인 회장도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파리크라상, 비알코리아 등에서 102억원의 배당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파리크라상은 허 회장 일가가 지분 99%가량을 보유한 회사로, 배당성향이 30%를 넘었다. 허 회장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매형이기도 한데, 현재 상장사인 삼립식품을 비롯해 비상장회사인 파리크라상, 비알코리아, 샤니 등의 대주주로 있다.
롯데그룹 3세인 장재영씨는 신격호 그룹 회장의 외손자이자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의 아들인데, 100% 지분을 소유한 명품 유통업체인 비엔에프통상을 통해 고액 배당을 받는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롯데백화점에 명품을 납품하는 이 회사는 2009년에 16억여원의 당기순익을 올리고 지난해 10억원을 배당해 59.86%의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이는 주식 액면가의 10배인 주당 5만원씩을 배당한 것이어서 배당률도 1000%에 이른다. 앞서 2009년을 빼고 2006~2008년에도 배당성향이 80~90%를 넘어서며 대주주 정씨에게 20억~25억원을 배당한 기록을 갖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장인인 정도원 삼표 회장도 올해 44억원을 배당받아 비상장사 배당 부자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현재 삼표의 지분 99.79%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올해 주당 1500원씩, 44억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삼표는 2007년에도 전년 순이익 61억원의 72.75%인 44억원을 배당했고, 2006년부터 순이익에 관계없이 40억원 안팎의 배당을 해서 정 회장이 6년 동안 배당으로 확보한 금액만 240억원가량 된다.
삼성과 현대기아차 그룹 총수의 딸들 또한 비상장회사를 통해 톡톡히 수익을 챙겼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맏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는 삼성석유화학 등에서 모두 51억여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도 삼성에버랜드에서 등에서 18억여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두 딸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도 자신이 몸담은 비상장사로부터 각각 36억원과 20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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