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그룹 주요 계열사 지배구조 현황
증권사에 “그룹서 지원” 문건…1800억 투자 받아
법적 책임 회피 조항 마련…투자자들 큰 손해 우려
법적 책임 회피 조항 마련…투자자들 큰 손해 우려
“증권사 직원이 엘아이지(LIG)그룹은 엘지(LG)그룹과 같은 구씨 일가이니 믿을 만하다고 했어요. 대주주인 구씨가 엘아이지건설 유상증자에 곧 나서니까 걱정 없다고도 했구요.”
최아무개(42·여·전남 순천시)씨는 올해 들어 엘아이지건설의 6개월 만기 기업어음(CP)에 1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작은 학원을 낼 종잣돈을 우리투자증권에 잠시 넣어뒀는데, 증권사 직원이 “연 8%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전화로 투자를 권유했기 때문이었다. 최씨는 “난 원래 엘아이지그룹도, 기업어음도 잘 몰랐던 사람”이라며 한탄했다. 지난달 21일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한 엘아이지건설은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칠 것이 뻔한데도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 열흘 전까지 기업어음을 발행했다. 구씨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그룹의 부실 계열사 꼬리 자르기라는 비난 속에 최씨 같은 개인 투자자들은 원금을 잃을 위기에 몰렸다. 엘아이지건설의 기업어음 발행잔액은 1836억원에 이른다.
사실 최씨가 덥석 믿어버린 증권사 직원의 말은 엘아이지그룹과 엘아이지건설이 금융권에 뿌린 문건을 근거로 한 것이어서 전혀 얼토당토않은 소리는 아니다. 10일 우리투자증권 노조가 입수해 공개한 ‘엘아이지건설 현황에 대한 큐앤에이’ 제목의 문건을 보면, 그룹 차원 투자 유인책으로 해석할 만한 대목이 곳곳에 담겨 있다. 이 문건에서 엘아이지 쪽은 “구본상 ㈜엘아이지 대표이사 등 구씨 대주주 일가가 참여하는 800억원대 유상증자가 곧 이뤄질 것이며, 올해 3월 안에 그룹 지주회사인 ㈜엘아이지가 티에이에스(TAS)로부터 엘아이지건설 지분을 모두 사들여 건설업을 그룹의 주된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노조 쪽은 “엘아이지건설이 2월18일에 이 자료를 전자우편으로 우리 회사에 보내왔고, 기업어음 투자자 모집에 활용하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며 “실제 이 자료는 일선 직원들에게 배포돼 영업에 활용됐다”고 밝혔다.
이 문건은 엘아이지건설의 그룹공사 수주와 관련해 “이미 수주한 금액은 3591억원으로 2010년 말 총수주잔액 2조6000억원의 14%에 이른다”며 “앞으로도 예정·확정된 공사가 4500억원이고 추가로 검토중인 공사도 다수 있다”고 밝혔다. 또 “그룹공사 마진율은 15% 이상으로 수익성은 매우 양호하며, 그룹에서 엘아이지건설과 그룹 상황을 주시해 적정한 물량을 매년 꾸준히 배정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또 엘아이지건설 유상증자와 관련해서는 “증자 재원은 대주주 개인 출연과 대주주 배당금 등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대주주 배당금은 2010년의 경우 엘아이지넥스원과 엘아이지손해보험에서만 260억원”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대주주는 ‘배당 부자’로 엘아이지건설에 재원을 내놓을 여력이 충분하며, 그룹 차원에서 엘아이지건설의 공사 일감과 유동성 확보를 밀어줄 것이란 내용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는 셈이다.
실제 이 문건은 ‘엘아이지건설 및 엘아이지그룹 회장실 실무책임자와 대담하여 엘아이지건설 자금팀 및 기획팀에서 요약 작성한 자료’ ‘투자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복사·대여 등 제3자에 대한 유출은 금지’ ‘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 증빙자료로는 쓸 수 없음’ 등의 단서를 달아 우리투자증권 쪽에 전달됐다.
‘엘아이지건설 기업어음 피해자 모임’(cafe.naver.com/badlig.cafe)의 운영자는 “엘아이지그룹과 대주주들이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는 그룹 계열사란 점과 대주주 일가가 범엘지 가계라는 점까지 내세우며 투자금을 거둬놓고는 무책임하게 발빼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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