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등 오를땐 ‘토끼’ 내릴땐 ‘거북이
’‘소비자 이익 감소분’은 누가 책임지나
’‘소비자 이익 감소분’은 누가 책임지나
밥상에 김치를 올려놓지 않는 날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난해 심각한 배추 파동을 겪었습니다. 지난해 가을배추 한 포기 값이 1만5000원을 웃돌던 당시 한 농사꾼이 트위터에 이런 글을 띄웠습니다. “여기서는 도매상들이 배추를 사가는 금액이 한 포기 1000원, 그럼 나머지 1만4000원은 누가 먹는 거죠?”
이 글이 사람들의 공분을 일으킨 건 산지 가격은 별로 오르지 않았는데도, 소매가격이 엄청 폭등한 탓입니다. 소비자들의 머릿속엔 ‘가격이 폭락해 농민들이 배추를 통째로 갈아엎을 때조차, 그리 싸지 않은 가격에 배추를 사먹었다’는 기억이 강렬합니다. 이렇게 가격이 상승할 때와 가격이 하락할 때의 가격 전달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가격 전달의 비대칭성이라고 부릅니다.
가격 비대칭이란 낯선 용어이지만, 일상적으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밀가루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할 때 국내 제조업자들이 한번 올린 제품 가격을 원자재 가격이 하락할 때 좀체 다시 내리지 않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샘 펠츠먼 시카고대학 교수는 2000년 농산물과 식품을 비롯한 282개의 상품과 상품 범주를 연구해 가격 비대칭이 상당히 일반적인 현상임을 입증했습니다. 같은 결론을 뒷받침하는 연구도 많지만, 가격 대칭성을 기각하지 않는 대조적인 연구도 적지는 않습니다. 더 나아가 가격 하락이 가격 상승보다 더 충분히 전달된다는 조사들도 있습니다. 가격 상승은 신속히 반영하되 가격 하락은 제때 반영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는 가격 하락 때의 후생을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기름값을 놓고서도 가격 비대칭성이 논란으로 떠올랐습니다. 발단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월13일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국제 유가가) 140달러 갈 때 2000원 했다면, 지금 80달러 수준이면 조금 더 내려가야 할 텐데, 지금 1800~1900원 정도”라며 “기름값이 묘하다”고 한 발언이었습니다. 며칠 만에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고, 4월6일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티에프는 “정유사, 주유소 단계의 비대칭성이 나타난 사례가 상당수 확인됐다”고 했습니다. 즉, 국제 유가가 오를 때 국내 가격이 더 적게 조정되는 경우가 발생했다는 얘기입니다. 2010년 정유사 가격은 국제 휘발유보다 ℓ당 38원, 주유소 가격은 ℓ당 29원 더 인상됐다는 분석이 첨부됐습니다.
하지만 티에프는 “비대칭성이 있었지만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했다고 단정하긴 힘들다”고 어정쩡한 결론을 내놨습니다. 그렇다면 가격 비대칭으로 줄어든 소비자 후생은 도대체 누가 낚아채 갔을까요?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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