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개발때 프로젝트 단위로 자금조달
사업추진 쉬워지지만 위험 부담도 커져
사업추진 쉬워지지만 위험 부담도 커져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부실화로 금융권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견 건설회사들이 올 들어 잇따라 무너지고 있는데 근본적으로는 부동산 경기침체 때문이지만 직접적으로는 금융기관들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의 만기연장을 해주지 않거나 신규 대출을 해주지 않은 영향이 큽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란 무엇이고, 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걸까요?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대규모 건설사업이나 개발사업 추진을 위해 기업 단위가 아닌 프로젝트 단위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기존의 기업금융이 기업 전체의 자산에 대한 담보나 임직원의 인적 담보를 기초로 이뤄지는 데 반해,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담보는 프로젝트 자산 자체에 한정됩니다. 사업 실패 시 일반적 기업금융은 차입자가 대출원리금 상환의 무한 책임을 지지만,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프로젝트의 자산가치와 예상수입의 범위 내로 한정되거나 사업주가 부담할 경우에도 일정 범위로 제한됩니다.
부동산 사업을 시행하는 사업주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기법을 활용하면 사업 추진에 따른 위험을 금융기관과 분담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또 회사 자산이 많지 않거나 이미 담보로 잡혀있어 추가 담보제공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신규 프로젝트를 할 때 자금조달이 가능해집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프로젝트를 담보로 추가 대출이 가능한데다 일반적인 대출보다 높은 수익성을 얻을 기회를 갖게 됩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많은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사업주 쪽에서는 높은 금리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고,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 쪽에서도 위험 분석이나 심사 등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듭니다. 또 장기간 사업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 대출 약정을 할 때는 예측하지 못했던 사건이 발생해 손실이 생길 위험이 따릅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발 금융불안’도 이런 위험을 간과한 데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부동산이 활황기였던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지고 금융기관의 유동성이 제약받으면서 상황이 반전했습니다. 건설사들은 추진하던 프로젝트들이 중단되거나 중단 위험에 빠지면서 신용위험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기피하게 됐습니다. 특히 저축은행들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활황기에 고수익을 좇아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에 적극 나선 저축은행들은 이 프로젝트들이 부실덩어리로 변하자 함께 부실화하는 운명에 처했습니다. 고수익에는 고위험이 따른다는 금융의 기본을 망각한 결과입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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