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관 본점 상주…직무유기 지적
부산저축은행의 브이아이피(VIP) 고객 특혜인출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책임회피와 직무유기가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16일 오후 5시께 부산저축은행 대주주 박아무개씨 등에게 서울에서 열릴 긴급회의에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이날 회의는 저녁 8시께 시작돼 8시30분 부산저축은행이 스스로 영업정지 신청서를 내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다음날 아침 7시30분 부산저축은행과 계열사 한 곳에 6개월의 영업정지 조처를 내렸다.
금융당국이 바로 영업정지 조처를 취하지 않고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신청을 하도록 한 것은 피해 예금주들의 소송을 회피하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이런 거추장스런 과정을 둔 덕분에 저축은행은 특정 고객들의 예금을 특혜 인출해줄 시간을 벌게 됐다. 저축은행 임원과 실무책임자들은 금융권 종사자로서 자기 영업력을 유지하고 거래 정상화 이후를 대비하려면 평소 자기가 관리하던 우량 고객들과의 끈을 반드시 유지해야 할 처지다.
금융당국의 사전 정보유출 의혹도 제기된다.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는 “영업정지 정보가 회의 시작도 전에 금융감독원과 인맥이 닿는 부산 법조계 인사를 통해 전달됐다”고 전했다. 게다가 금융당국 직원들이 영업정지 전날 밤에 현장에 있었는데도 특혜인출을 막지 못한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당시 본점에는 금감원 감독관 등이 상주했는데도 이를 막지 못했다. 2009년 12월 전일상호저축은행 영업정지 때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특혜인출은 예견 가능한 상황이었다.
금융당국이 사실상 알고도 방조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부산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밤 9시께 ‘더이상의 예금인출을 하면 형사처벌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 관계자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공문 발송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금융당국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정황은 분명해 보인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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