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똥 튄 금감원 부산저축은행 특혜 인출에 대한 비난 여론이 감독을 맡은 금융당국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감독원 건물 안으로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금감원 퇴직자 ‘낙하산’…유착관계 논란
“지역 재력가·정관계 인사 봐주기” 분석
“지역 재력가·정관계 인사 봐주기” 분석
‘특혜인출’ 한달간 숨긴 금융당국 도마위
금융감독당국은 저축은행 임직원들이 친인척과 지인들의 예금을 미리 빼돌린 사실을 파악했지만, 브이아이피(VIP) 고객들의 예금을 특혜 인출해준 사실에 대해서는 “충분한 개연성이 있음에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특혜·불법 예금인출이 발생한 지난 2월16일 부산저축은행 현장에서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구체적 범죄 내역을 파악했던 사실이 드러났고, 이런 일이 있었던 시점에서 두달여가 지났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미온적 대처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의 이런 태도에는 특혜·불법 인출 사태를 불러온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원죄’가 자리잡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17일 부산·대전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조처를 하기에 앞서 저축은행 쪽에 영업정지 신청서를 내도록 요구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정보 유출과 특혜·불법 인출 사태를 불렀다. 금융기관이 스스로 영업정지를 신청할 때는 예금 동결 등 사전 조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 전문 변호사는 “영업정지 신청 자체가 법률적 근거가 없는 것”이라며 “감독당국이 법적 근거도 없는 영업정지 신청을 하라고 해놓고 이 때문에 특혜·불법 인출을 못 막았다고 하는 것은 변명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보유출 논란과 관련해서는 금융감독당국 직원이 퇴직 뒤 저축은행 감사 등으로 취직하는 오랜 ‘유착 관계’가 지적된다. 금융당국 공무원들은 저축은행을 퇴직 뒤의 주요한 취업처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실제 무더기 영업정지를 당한 부산저축은행 계열 5곳 가운데 3곳에 금감원 퇴직자들이 감사로 재직하고 있는 상태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감독당국 출신의 저축은행 감사들은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감독당국에 있는 선후배들을 통해 고급 정보들을 파악해 전달해주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런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번 저축은행 특혜·불법 인출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저축은행 브이아이피 고객들을 봐주려는 의도도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브이아이피 고객들에는 지역 재력가나 정관계 인사를 포함한 사회지도층 인사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방 저축은행들은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 밀착 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다. 금융감독기관에서 일했던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역 정치인들이 업자들의 로비를 받고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주거나 친인척 자녀들을 저축은행에 취직시켜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감독당국도 이 때문에 제대로 감독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브이아이피 고객에게만 따로 예금을 빼줬다는 얘기가 영업정지 직후부터 부산지역에서는 이미 파다했다는 점에서도 금융당국의 실체 규명 의지에 의심을 품는 이들이 많다. 금감원은 26일 대통령이 엄중 대처를 주문하고 나서야 관련 조사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야당 쪽에서는 “뒤늦은 쇼맨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 의원들은 관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우선 28~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여는 일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세라 정혁준 기자 seraj@hani.co.kr
6개 저축은행 영업정지 전날 예금인출액
정세라 정혁준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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