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고문 직함이 더 많아
다른감투 재취업 관행엔 ‘침묵’
“아직 공론화된 대상 아니라…”
다른감투 재취업 관행엔 ‘침묵’
“아직 공론화된 대상 아니라…”
금융감독원이 퇴직자들을 금융업계에 ‘낙하산 감사’로 보내는 관행을 없애겠다고 했지만 다른 직함의 재취업 경로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금감원 퇴직자들은 감사뿐 아니라 사외이사·고문 등으로 취업하는 사례가 수두룩한 실정이다.
6일 한나라당 조문환 의원이 공개한 저축은행중앙회 자료를 보면, 4월 현재 저축은행에 재직하고 있는 금감원 퇴직자 36명 가운데 17명은 감사로 취업한 반면, 19명은 사외이사·대표이사·차장 등의 직함을 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보다는 다른 경로 재취업이 더 많은 셈이다.
2001년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금감원 퇴직자들의 취업 현황을 보더라도 그런 상황은 확연히 드러난다. 그동안 저축은행에 취업한 83명 가운데 46명이 사외이사·고문·부장·차장 등으로 취업했다. 이런 현상은 저축은행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은행·증권·보험·자산운용사 등 다른 금융권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금감원은 쇄신안을 내면서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은 감사 재취업 제한만 언급하는 데 그쳤다. 금감원 관계자는 “모든 금융기관에 감사를 새로 선임할 때는 물론, 기존 감사를 재선임할 때도 우리 출신을 데려가지 말라고 할 것”이라면서도 “사외이사나 고문 등으로 취업하는 것은 아직 공론화된 대상이 아니니까 일단 감사에 대해서만 그렇게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런 낙하산 관행 폐지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한 것이 아니라 금융당국의 구두 약속에 불과하기 때문에 상황이 바뀌면 원래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 출신이 감사로 가는 것은 제도가 아니라 관행이기 때문에 우리가 공문으로 지시하기는 어려움이 있고, 금융기관들에 구두로 권고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낙하산 관행을 비난하는 소나기가 지나가면, 이런 관행들이 슬그머니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또 금감원 경력을 배경으로 사외이사 등 다른 보직으로 진출할 기회는 여전히 열려 있는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사는 추천 관행이 있었지만, 사외이사 등 다른 보직에는 우리 기관 차원에서 특정인을 추천해 보낸 적이 없다”며 “퇴직 뒤 자기 전문성을 바탕으로 직업을 갖는 걸 모두 막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신한은행 감사로 내정됐던 이석근 전 금감원 부원장보는 6일 감사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전 부원장보는 지난 3월 신한은행 주총에서 이미 감사로 선임됐으나, 최근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가 보류된 상태였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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