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조세피난처 ‘종이회사’로 세금 회피 당사자들은 ‘국내거주자’ 지위 부정

등록 2011-05-22 20:23

[아하 그렇구나] 역외탈세
최근 일명 ‘구리왕’이자 ‘카자흐스탄의 신화’로 불리는 차용규씨에 대해 국세청이 최소 수천억원대의 세금을 추징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차씨는 구리 채광·제련업체인 카자흐미스를 2005년에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시킨 뒤 이듬해 주식을 처분해 1조원대의 양도 차익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차씨가 이 과정에서 주식 명의를 조세 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로 옮겨놨기 때문에 한국은 물론이고 어느 나라에서도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을 물지 않았다고 국세청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앞서 국세청은 ‘선박왕’ 권혁 시도상선 회장에게도 무려 4101억원을 추징한 바 있습니다. 선박 임대업과 해운업을 하는 권 회장이 국내에 근거지를 두고 사업을 벌이면서도 조세 피난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선박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두 사람에 대한 조사는 국세청이 올해 ‘역외탈세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데 따른 대표적 성과물로 꼽힙니다. 이미 국세청은 2009년 11월에 ‘역외탈세 추적 전담센터’를 발족하면서 국제 거래를 이용한 탈세의 차단에 힘쓰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국세청이 최근 몇년 새 역외탈세 조사에 부쩍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역외탈세는 국내 거주자임에도 조세 피난처에 세운 법인 등을 통한 거래를 명분으로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것을 말합니다.

조세 피난처는 법인세와 소득세 등을 전혀 물리지 않거나 극히 낮은 세율을 부과하는 지역을 말하며, 이들 지역에선 회사설립과 외국환 업무에 대해서도 규제가 거의 없습니다. 국내 자산가나 기업들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나 말레이시아의 라부안 등을 주로 이용하는 편입니다. 우리나라에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는 역외탈세는 죄질이 나쁜 만큼 반드시 뿌리뽑겠다는 것이 국세청의 인식입니다.

국세청이 파악하고 있는 역외탈세의 수법은 치밀하고 지능적인 경우가 많아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한 예로 한 제조업체의 사주는 역외에 설립한 현지법인과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매출 단가를 조작하거나 용역 대가를 허위로 지급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에 스위스 등 국외 금융계좌에 은닉했습니다.

그는 은닉한 자금을 다시 다른 조세 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선박과 골프장, 부동산, 주식 등 국내외 실물자산과 금융상품 등에 재투자했고, 이를 통해 얻은 소득에 대해 세금도 내지 않았습니다. 결국 국세청은 이 회사에 2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추징했습니다.

하지만 시도상선의 권 회장이 조만간 조세심판원에 불복 청구를 낼 것으로 알려지는 등 역외탈세를 적발하고 세금을 추징하는 과정에선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당사자들이 대체로 ‘국내 거주자’라는 세법상 지위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올해부터는 나라 바깥의 금융계좌에 10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해외금융계좌 신고제’가 도입되기도 했습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여성 운전 금지’ 항의한 사우디 여성 체포돼
내 차 ‘알라딘 램프’에 불 들어왔는데, 무슨 뜻?
학력·지역별 ‘건강불평등’ 15년째 빨간불
김정은 단독방중 ‘세계적 오보’ 어떻게 나왔나?
서울외곽순환도 가장 밀린다
국산쌀 ‘밥맛’ 이상하다 했더니…
뽀로로·짱구…만화 주인공 왜 거의 다 남자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