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여명작전으로 유명세…중국·수단 등 잇단 구매의사
엄현덕 대표 “기술력 통했다” 2015년 매출 5배 성장 기대
*카이샷: 무선영상전송장치
엄현덕 대표 “기술력 통했다” 2015년 매출 5배 성장 기대
*카이샷: 무선영상전송장치
지난달 27일 남부 수단의 기에르 추앙 알루옹 내무장관은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의 벤처기업 아이디폰의 사무실을 찾았다. 알루옹 장관이 직원 20여명 남짓되는 작은 기업을 찾은 이유는 뭘까?
보안장비 전문기업인 아이디폰은 지난 2007년 무선영상전송장치 ‘카이샷’을 독자 개발해 국내외 군·경 및 경호업체 등에 이름을 알린 회사다. 일종의 휴대형 페쇄회로티브이(CCTV) 기능을 갖춘 카이샷은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도 경찰청 헬기에 부착돼 각국 정상들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지켰다.
무엇보다 카이샷이 유명세를 탄 것은 지난 1월 해군 청해부대가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한 ‘아덴만 여명작전’이 계기가 됐다. 당시 해군 특수전여단 대원들의 헬멧과 저격수의 총 등에 부착된 카이샷은 현장 상황을 사령부 역할을 한 최영함에 실시간으로 전송해 작전을 성공하는데 공을 세웠다.
유명세를 치르고 나니 수출 의뢰도 부쩍 늘었다. 알루옹 장관도 반군 테러가 끊이지 않는 수단의 정부군이 이런 장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납품 의뢰차 이 곳을 찾은 것이다. 엄현덕 아이디폰 대표는 “7월 독립기념 행사 때 경호팀들이 카이샷 장비를 사용하도록 주문해왔다”며 “마피아와의 전쟁이 늘상 있는 콜럼비아 정부와 소말리아에 부대를 파병한 말레이시아 해군, 중국 공안 쪽과도 구매 계약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엄 대표는 이런 여세를 몰아 2009년 52억원에 그쳤던 회사 매출을 올해 100억원, 2015년에는 500억원까지 올릴 계획이다.
카이샷은 원래 미국 경찰을 타깃으로 개발된 아이디폰의 특허 제품이다. 아이디폰은 2002년부터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대화 내용을 녹음할 수 있는 차량용 무선 녹음장치를 개발해 미국 경찰 당국에 공급하기 시작했고, 이후 2004년에는 경찰 차량용 블랙박스도 납품하기 시작했다.
아이디폰이 보안장비 사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2002년 무렵이다. 1999년 엘지산전(현 엘에스(LS)산전)에서 신용카드조회기 사업을 인수받아 아이디폰을 창업한 엄 대표는 초기 2~3년간은 벤처붐과 함께 순조롭게 사업을 이어갔으나, 업계의 과당 출혈 경쟁이 시작되면서 곧바로 어려움에 처했다. 이 무렵 미국에 살던 한 지인이 제안한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이 오늘을 있게 한 출발이었다.
엄 대표는 “중소기업이 먹고 살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했던 시절”이라며 “이미 수백개 업체가 있는 ‘디지털 영상저장장치’(DVR) 시장 중에서도 군·경 등 특수시장으로 타깃을 좁히고 모바일 개념을 가미시킨 기술력으로 승부를 보니 곳곳에서 반응이 오더라”고 말했다. 직원 수가 22명에 불과한 아이디폰은 절반을 연구개발에 투입하면서 수십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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