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생산차질 실상은?
재고·잔업 감안땐 아직 여유
재고·잔업 감안땐 아직 여유
현대·기아자동차는 23일 유성기업의 파업 사태가 이달말까지 지속될 경우, 국내 완성차 업체의 생산 차질이 5만대에 이를 것이라 추정했다. 그러나 이는 24일 이후 각 공장의 생산 라인이 전면 중단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이어서 신뢰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이날 현대·기아차 쪽은 “자동차 엔진의 핵심 부품인 피스톤링과 캠 샤프트 등을 완성차에 공급해온 유성기업이 이달말까지 공장을 정상 가동하지 못하게 되면, 현대·기아차 4만대를 비롯해 전체 완성차 생산 물량이 5만대 가량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 근거에 대해 회사 쪽은 “현대차의 하루 생산량이 4000여대쯤 되고 기아차가 2000여대 가량 된다”며 “24일부터 이달말까지 주야간 근무뿐아니라 잔업특근 등이 완전히 중단됐을 경우를 가정해 추정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파업 사태로 인한 생산 차질을 지나치게 과장한 것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이날 생산이 중단된 사례는 기아차 소하리공장의 카니발 라인에서 주야간 근무조가 8시간 동안 가동하지 못한 것 뿐이다. 카니발 라인은 지난 20일 야간 근무조부터 정상 가동되지 못한 바 있다. 반면에 이날 잔업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현대차 울산 2공장의 싼타페는 재고 여유가 있어 정상 가동됐다. 다만 울산 공장에선 엔진공장의 주·야간 근무조 각 70여명이 원래 근무시간인 8시간 가운데 5시간씩만 작업을 했다.
24일부터는 현대차 울산 4공장에서 만드는 포터와 스타렉스의 생산 차질도 예상된다. 하지만 압계 안팎에서는 다른 생산 라인은 아직 크게 우려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한 현대차 관계자는 “가솔린 엔진의 재고가 바닥이 나는 30일 이후가 돼야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완성차 업체의 피해 전망치(1만대 가량)도 논란거리다. 유성기업으로부터 피스톤링의 70%를 공급받는 현대·기아차와 달리, 한국지엠(GM)과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등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한국지엠은 부평·군산 공장의 재고가 충분해 이번주까지는 정상 가동될 것으로 내다봤고, 르노삼성 역시 유성기업으로부터 에스엠(SM)5 2.0 생산에 들어가는 캠 샤프트만 제공받고 있어 이달말까지는 문제가 없다. 쌍용차도 월 1000대 가량만 생산하는 체어맨의 피스톤링 재고가 7월 중순까지 확보돼 있는 상황이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당장 생산 라인이 멈춰섰다고 하더라도 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인도되는 기준으로 보면 2주 정도의 여유는 있다”고 말했다.
황보연 황예랑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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