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24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코트라 무역관에서 국내 중소기업인 하이즈항공이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업체인 미국 보잉사와 정비부품 납품 계약을 맺었다. 코트라 제공
250대분 65억원어치…코트라 지원도 한몫
“1차 벤더(협력사) 등록 신청을 낼 때만해도 회사 규모만 보고 시큰둥한 분위기였는데….”
미국의 항공기 제작업체 보잉사에 직접 항공기 정비부품을 납품하게 된 하상헌 하이즈항공 사장은 2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계약 과정 내내 겪었던 숱한 어려움을 떠올리며 감격스러워했다. 하 사장은 지난 24일(현지시각) 코트라의 미국 로스앤젤레스 무역관에서 국내 중소기업 최초로 세계 최대 항공사와의 수주 계약을 따냈다. 이날 계약으로 하이즈항공은 보잉 747, 757, 767기 등 항공기 250대분에 해당하는 정비부품을 보잉사에 직접 납품하게 됐다. 항공기 도어 손잡이 등 소모성 정비부품 56개가 보잉에 납품할 품목으로 선정됐다. 수주액은 약 600만달러(약 65억원)에 이른다.
그동안 보잉에 직접 납품하는 국내 업체는 대한항공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대기업 2곳뿐이었다. 항공기 조립 및 부품을 제작해온 150여곳의 중소 업체들은 모두 이들 두 회사에 납품하는 게 전부였다. 경남 사천에 본사를 둔 하이즈항공도 카이의 1차 협력업체였다.
하이즈항공은 지난 2009년 11월 보잉사가 1차 협력사를 대대적으로 정리할 때 과감하게 도전장을 냈다. 보잉사의 1차 협력사가 되려면 까다로운 등록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 사장은 “당시만 해도 뭐 이런 작은 회사가 등록 신청을 냈냐고 하더라”며 “일본의 미쓰비시 등 큰 기업들이 주로 1차 벤더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1차 협력사 등록 자격을 따낸 것은 꼼꼼한 품질관리가 보잉사로부터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회사 쪽은 설명했다. 실제로 하이즈항공은 2009년 5월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감사에서 ‘무결점’ 판정을 받았다. 하이즈항공 관계자는 “카이를 통해 보잉사의 날개 쪽 부품 조립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1차 벤더들 중에서도 10% 안팎만이 통과하는 무결점 판정을 받으면서 회사 역량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수주 계약은 급물살을 탔고 수십차례에 걸친 밀고 당기기를 거친 끝에 마침내 지난 24일 최종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하이즈항공이 이번 계약을 맺기까지 코트라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중소기업이 국외 수주에 나서려면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는데, 수출거래선 발굴 등을 지원하는 코트라의 ‘해외 지사화 사업’을 활용한 게 큰 도움을 줬다. 하이즈항공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과 접촉할 수 있는 항공기 부품 관련 전시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받는 등 수출 계약 성사에 다방면으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하이즈항공은 다음달에는 세계 2위 항공사인 에어버스의 문도 두드릴 계획이다. 하이즈항공은 다음달 중순 열리는 파리 에어쇼에 참가해 에어버스와 항공기 부품 수주 계약 건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직원 170명에 매출 127억원(2010년 기준)에 불과한 중소기업의 두번째 위대한 도전인 셈이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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