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일본 세 나라의 사회책임경영 전문가들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라마다호텔앤스위트에서 ‘2011 아시아 사회책임경영 평가모델을 위한 전문가위원회’를 마친 뒤 ‘아시아 사회책임경영(CSR) 평가모델’에 서명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진화하는 ‘아시아 CSR 평가모델’
‘글로벌 사회책임경영 좇아 반부패·인권 잣대도
‘낙하산’ 사외이사·비정규직 문제 반영도 제안해
‘글로벌 사회책임경영 좇아 반부패·인권 잣대도
‘낙하산’ 사외이사·비정규직 문제 반영도 제안해
“한국과 일본 기업들의 여성이사 비율이 낮으니까 더더욱 평가항목에 이 지표를 추가해 변화를 끌어내야 합니다.”(가와구치 마리코 다이와증권 CSR부문 본부장)
한국·중국·일본의 사회책임경영 전문가들로 이뤄진 ‘동아시아 30’ 프로젝트팀이 지난해 처음 내놨던 ‘아시아 사회책임경영(CSR) 평가모델’을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에 대해, 올해 다시 머리를 맞댄 세 나라 전문가들의 기대치는 높았다. 특히 올해는 여성과 인권, 부패 등 영역의 평가잣대가 강화됐다.
기업 지배구조를 평가하는 새로운 잣대로 추가된 ‘이사회 여성 참여’ 지표가 대표적이다. 전문가위원회 10명이 모두 남성이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여성위원 2명이 합류하면서 격론이 벌어졌다. 일부 위원들은 “기업 현실에 비춰 아직 평가지표로는 시기상조”라거나 “사회 영역의 성평등 지표로 넣자”는 의견을 내놨으나, 토론 끝에 “기업의 최종 결정권을 갖는 이사회에 여성을 포함시키는 것은 사회적인 배려와는 다른, 지배구조 차원의 문제”라는 여성위원들의 주장이 결국 받아들여졌다. 더불어 지배구조 평가항목에는 이사회의 책임성을 살펴보는 ‘사회책임경영 리더십’과 ‘반부패’ 지표도 신설됐다.
사회 영역에선 ‘인권경영’ 지표가 추가됐다. 반부패와 인권경영 지표 신설은 한·중·일 지역만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글로벌 사회책임경영 평가 흐름을 따라가려는 시도다. 최근 들어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사회책임투자지수인 ‘푸치포굿’(FTSE4Good)은 기업의 부패와 인권 항목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이 지수에 신규편입된 한국 기업 가운데 인권과 노동 지표를 만족하는 곳은 한군데도 없었다. 또 2009년 영국 에프티에스이 전세계지수(FTSE All World Index)에서 뇌물 문제 탓에 편입 제외된 기업 12곳 가운데 일본 기업이 8곳이나 될 정도로 아시아 기업들의 부패 정도는 심각한 편이다. 양빈 중국 칭화대 리더십센터 소장은 “중국 기업들이 세계 기준에 발맞춰 사회책임경영을 실행해나가는 데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라며 “다만 중국에선 ‘인권’ 항목에 정치적인 오해의 소지가 있어 기업 내 인권정책을 평가한다는 점을 분명히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 영역에선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기후변화, 물 관리, 생물다양성, 화학물질 안전성 등 이슈별로 평가를 진행하기로 했다. 에바시 다카시 일본 호세이대 글로벌콤팩트 연구센터 소장은 “대지진 이후 일본에선 원전사태로 인해 에너지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됐다”며 “기후변화 이슈에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평가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새롭게 떠오른 이슈에 주목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한국의 전문위원들 4명은 “한국에선 ‘낙하산’ 사외이사 문제가 불거진 기업을 제외시키자”고 입을 모았고,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는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만큼 올해는 ‘고용창출과 안정’ 지표를 중요하게 따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평가 조사대상이 되는 한·중·일 기업의 범위도 재조정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삼았던 영국 에프티에스이 전세계지수 외에 미국 <포천>이 뽑는 ‘글로벌 500’에 포함된 기업을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덜 알려진 중국 기업들이 평가에서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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