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실물을 뒷받침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택금융체계는 실수요자에게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미 집이 한채 있거나 여러채 가진 자산가에게 더 유리하다. 안현효 이화여대 교수는 “주택은 고가품이어서 세계 어디서든 주택구입을 뒷받침하는 특화된 금융시스템이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와 같은 담보위주의 대출관행은 자산 양극화와 부동산 거품을 야기하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미국 등 금융선진국에서는 물건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대출을 한다. 개인의 소득에 따른 미래 상환능력, 그간 금융거래에서 쌓인 신용평가 등이 대출여부와 대출가능액의 기준이다. 보통 20년짜리 이상의 장기대출이면서 달마다 소득의 일부를 갚아나가는 모기지론이 주택금융의 주류다. 모기지론은 대출해주는 금융회사에서 가계에 장기 주택구입자금을 대출해주면서 주택을 저당잡고, 이 저당권을 모아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대출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특징은 금리변동의 위험을 채무자가 거의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출금리는 고정금리이며, 금리변동의 위험은 모기지론을 제공하는 금융회사와 유동화증권 투자자가 부담한다. 만약 대출 시점보다 금리가 내려가게 되면 채무자는 기존 모기지론을 정리하고 새로운 모기지론으로 바꿀 수도 있다.
미국의 모기지론은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을 월소득의 30%선으로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국내에 모기지론을 취급하고 있는 주택금융공사도 대출한도를 소득의 3분의1로 제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월수입 300만원인 대출수요자는 월 100만원 정도의 상환능력이 있다고 가정하고 매달 원리금 상환액이 100만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대출액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처럼 모기지 대출방식은 주택가격이 급등락하거나 금리에 변동이 있어도 채무자에게는 큰 충격이 없다. 또 자산가보다 근로소득자나 세금을 착실하게 내는 사업자에게 유리한 대출제도다. 적은 초기 비용으로 빨리 자기집을 장만할 수 있게 해준다. 이에 따라 많은 전문가들은 주택담보대출의 여러가지 부작용을 해소하려면 국내 모기지론 시장이 더욱 활성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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