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창 금감원장때 무슨 일이?
부산저축 ‘조직적 비호’로 비리키워
부산저축 ‘조직적 비호’로 비리키워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이 수장으로 있던 시절 금감원이 부산저축은행을 조직적으로 비호하려 한 흔적들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대표적인 것이 영남알프스골프장 불법투자 사건이다.
금감원은 2008년 말부터 2009년 말 사이에 부산저축은행이 골프장 사업을 위해 직접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200억원대의 대출을 가장한 투자를 하는 등 불법과 비리를 일삼은 사실이 검찰 기소와 법원 1~2심 판결로 일찌감치 드러났는데도 이를 모르쇠로 일관했다. 금감원은 부산저축은행과 특수목적법인 임직원들이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는 것을 핑계로 든다. 하지만 검찰이 이례적으로 기소 사실을 금감원에 통보한데다 2009년 1~2심 법원 형사재판에서 상호저축은행법·금융산업구조개선법·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사실을 고스란히 인정한 점을 고려하면 이런 변명은 설득력이 없다.
1심 재판장이었던 최주영 헌법재판소 부장연구관은 “당시 상호저축은행법 등을 위반한 사실이 있었지만 검찰은 형량이 높은 배임으로만 기소하고, 나머지 상호저축은행법 위반 등은 전문성이 더 높은 금융감독기관에 통보하는 두 갈래로 일을 진행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이 배임죄로만 기소하고 금감원에 통보한 것은 추가 조사를 통해 상호저축은행법 위반에 대한 조처를 취하라는 의미였다는 것이다. 또 최 연구관은 “당시 피고인들이 검찰과 법원에서는 ‘회사 이익을 위해 특수목적법인을 직접 설립해서 부동산 투자를 했다’고 주장했으나, 금융감독기관에는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한 적이 없고 대출을 해줬을 뿐’이라고 상반된 주장을 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 것을 금융당국 사실조회를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이 부산저축은행의 불법 행위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줄곧 ‘눈뜬장님’ 행세를 하며 부산저축은행의 불법 행위를 모른 체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원 판결문을 구할 수가 없어서 관련 내용을 몰랐다”는 변명만 하고 있다. 그러나 1심 판결문이 부산저축은행에 불법 투자가 더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사실상 현재의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예고까지 했던 점을 고려하면, 금감원은 완전한 직무유기를 한 셈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 김 전 원장이 얼마나 개입했는지 여부다. 금감원 관계자들은 영남알프스골프장 사건이 김 전 원장에게 보고되지 않았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검찰이 기소 내용을 금감원에 통보하는 것이 유례가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또 금감원과 금융위원회가 부산저축은행 방식의 사업 모델을 차단하기 위해 관련 규정 마련에 나섰고, 지난해 9월 저축은행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수익금의 5% 이상을 챙기지 못하도록 시행령과 감독규정을 개정한 점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그뿐 아니다. 김 전 원장은 2010년 2월 감사원이 공문을 보낸 부산저축은행 등 5개 저축은행에 대해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가 곧바로 공동 검사에 착수할 것을 요청하자 이를 한때 중단시키는 등 이후에도 부산저축은행을 감싸는 태도를 보여왔다. 김 전 원장은 또 감사원장 면담을 요청하고 정창영 사무총장을 찾아와 저축은행 감사를 살살 다뤄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하고 다녔다. 금감원은 같은 해 3~6월 기간을 연장해가며 검사를 벌였지만 부산저축은행의 특수목적법인 불법 실태를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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