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서브원, ‘그룹 오너’ 눈치 봤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 자제 ‘나홀로 거부’
구본무 회장이 대표 겸직
지분 LG가 100% 보유
LG “오너 연관설은 억측”
구본무 회장이 대표 겸직
지분 LG가 100% 보유
LG “오너 연관설은 억측”
“엘지(LG)전자에서 ‘서브원 물건 안 쓰면 발주 안 준다’고 했다며 월 1000만원가량 되던 거래를 끊더라고요. 10년 넘게 거래해왔었는데….” 경기도 시흥에 있는 한 공구유통업체 ㄱ사장은 2년 전 엘지전자 1차 협력업체 두 곳으로부터 ‘거래 중단’을 통보받았다. 그는 “서브원이 영업 확장을 심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 확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매출 1위인 엘지그룹 계열사 서브원이 지난 3일 공구·베어링 중소유통상인들과 ‘신규 영업 확장 자제’를 합의하지 않은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다섯시간이 넘는 사업조정 회의 끝에 아이마켓코리아(삼성), 엔투비(포스코), 코리아이플랫폼(코오롱) 등 대기업 엠아르오사 3곳은 합의문에 서명했다. 아이마켓코리아와 엔투비는 다른 대기업과의 신규거래를 아예 중단하기로 했고, 코리아이플랫폼은 당분간 거래는 계속하되 대기업 비중을 줄여나가기로 약속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허부영 한국산업용재협회 유통관리이사는 “서브원도 코리아이플랫폼과 비슷한 수준으로 정리되는 분위기였는데, 회사 윗선의 승인을 못 받은 탓인지 막판 서명 직전에 빠졌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엘지 관계자는 6일 “계열사가 아닌 다른 대기업과의 거래까지 막는 것엔 합의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서브원만 합의를 거부한 것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정부가 ‘동반성장’을 내내 강조하고 있고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엠아르오사에 대한 ‘물량 몰아주기’ 현장조사까지 나선 상황에서, 엘지가 굳이 ‘튀는’ 선택을 한 이유가 석연치 않은 탓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다른 대기업 엠아르오사와 다른 서브원의 특수한 상황 탓 아니겠냐”고 말했다. 구본무 ㈜엘지 회장은 2004년부터 서브원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대기업 총수가 엠아르오사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것은 엘지가 유일하다. 서브원의 지분도 엘지그룹 지주회사인 ㈜엘지가 100% 보유하고 있다. 서브원은 지난해 325억원을 현금배당했는데, 이 배당이익은 ㈜엘지의 지분 48.59%를 손에 쥔 구본무 회장 등 특수관계인들한테 간접적으로 흘러들어가게 돼 있는 구조다. 매출액의 76%가량을 계열사 거래에 의존하고 있는 서브원은 최근 들어 엠아르오 사업 외에 빌딩관리·레저사업 등도 강화하는 분위기다.
엘지 관계자는 “지주회사가 100% 지분을 갖고 있어 구 회장이 대표이사로 등재된 것”이라며 “㈜엘지의 지분법 평가이익에서 서브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6%뿐이라서 사업조정과 오너를 곧장 연관짓는 건 억측”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엘지가 삼성, 포스코 수준에도 못 미치는 합의안을 왜 거부했는지 모르겠다”며 “동반성장 의지가 있다면 추후 논의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자료를 내어 “최근 3년간 지식경제부 산하 공공기관이 320억원어치에 달하는 소모성 자재 구매를 모두 서브원과 계약했다”며 “정부와 공공기관이 동반성장을 이야기하면서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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