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앞으로 공공조달 시장에서 대기업 계열사로부터 소모성자재(MRO) 구매를 중단해 나가기로 했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을 통한 소모성자재 구매 움직임은 행정안전부와 지식경제부를 중심으로 전 부처로 확산돼 가고 있다.
정부 및 공공기관의 물품 구매를 대행하는 조달청은 9일 앞으로 대기업과 소모성자재 공급 계약을 맺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상윤 조달청 구매총괄과장은 “대기업과 소모성자재 공급 계약을 맺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며 “만약 대기업이 입찰에 참여하더라도, 중소기업이 선정될 수 있도록 평가방식을 정하는 것까지 검토중에 있다”고 말했다.
조달청은 지난 2009년 입찰을 통해 대기업 계열사인 엘지(LG)서브원과 삼성의 아이마켓코리아를 중심으로 한 2개의 컨소시엄과 소모성자재 공급 계약을 맺었는데, 오는 11월로 계약이 만료된다. 지난해 두 컨소시엄을 통한 소모성 물품 공급액은 110억원에 이른다. 중앙부처의 경우 물품 단가 계약이 1억원 이상일 경우 조달청을 통하지만, 그 이하일 경우엔 자체 조달할 수 있다. 이 과장은 “과거 대기업이 구성한 컨소시엄은 물품 구매와 배송은 중소기업이, 전산시스템 처리는 대기업이 나눠 맡으면서 시너지가 컸다”며 “무조건 중소기업을 통하도록 하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물품의 유통·배송을 전산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경쟁력을 갖도록 하고, 궁극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도 이날 ‘소모성 자재 구매시 협조 사항’이란 제목의 권고문을 76개의 소속 기관과 산하 공공기관장에 보냈다. 지경부는 권고문에서 “기관 운영에 필요한 소모성 자재 구입시, 대기업보다는 가급적 중소업체를 통해 구매하라”고 강조했다. 지경부는 “중소기업의 활로를 확보하고, 동반성장에 대한 공공부문의 선도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3년 간 지경부 산하 공공기관 12곳은 모두 서브원과 소모성자재 공급 계약을 맺었고, 그 규모는 32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행정안전부도 소모성자재 구매계약 시 대기업을 제외하기로 했다. 진영만 행안부 운영지원과장은 “모든 부처의 참여를 독려하는 방안을 검토중에 있다”며 “행안부 차원에서도 소속기관 8곳과 산하기관 8곳에 중소기업을 통해서 소모성자재를 구매하라는 지침을 이번주 안에 내려보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또 16개 광역단체에 이를 권고하기로 하고, 실적 관리를 해나가기로 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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