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구람 라잔
라잔 교수의 ‘사회안전망 강화’ 잇단 언급
“복지와 싸우겠다”던 기존입장과 달라
“복지와 싸우겠다”던 기존입장과 달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인 라구람 라잔(사진)을 잇달아 언급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장관은 1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계전략포럼 2011’ 축사에서 “라구람 라잔 교수는 서브프라임위기의 근본 원인이 소득불평등 심화와 부실한 사회안전망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 안전망의 내실화가 필요하다”면서 라잔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장관이 20일 서울에서 열릴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1’에서 하게 될 기조연설에서도 라잔을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금융위기를 2년 앞서 경고한 것으로 유명한 인도 출신의 라잔 교수는 올 초 그의 책 <폴트라인>이 국내에 번역 출간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주목받았다. 중도 성향인 그는 최근 소득 불평등, 교육 불평등, 고용 없는 성장 등을 해소하고, 위기를 예방하려면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왔다. 연설문에 라잔 교수 얘기를 넣기로 한 것은 박 장관의 선택이었다고 재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라잔에 대한 장관의 언급은 사회안전망과 소득불평등을 해소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문제 의식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혀온 박 장관이 라잔의 주장을 차용하는 것이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복지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 그는 ‘일하는 복지’, ‘맞춤형 복지’ 등을 얘기할 뿐 불평등 해소나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당장 단물을 빼먹겠다는 복지포퓰리즘과 국민이 불안한 미래와 노후를 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며 “라잔 교수의 언급과 장관의 말이 배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8일 임종룡 재정부 1차관도 ‘우리나라 복지정책 현황 및 향후 방향’에서 라잔 교수를 언급하면서 “사회안전망 내실화와 취약계층 보호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라잔 교수는 지난해 9월 경제 전문 월간 <이코노미 인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사회안전망에 대한 투자와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지 않도록 정부가 제도를 고쳐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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