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뒤 공장 국외이전 본격화
식품업 이어 제조업으로 확산
식품업 이어 제조업으로 확산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뒤 상당수 일본 기업들이 일본 내 생산거점을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3일 코트라가 발간한 ‘일본기업의 생산거점 이전 현황’ 보고서를 보면, 대지진 이후 식품업체들로부터 시작된 기업들의 생산설비 이전 현상이 자동차와 철강, 전기 등 주요 제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내 생산 비중이 40%가량인 도요타자동차는 ‘코롤라’ 등 주요 수출차종 생산을 오는 2013년까지 미국 미시시피 지역 또는 타이완으로 옮기기로 하는 등 수출물량의 현지 생산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닛산자동차도 지난해 소형차 생산기지를 타이로 이전한 데 이어 2013년부터 ‘로그’를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중소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공동으로 중국 장쑤성에 일본차 부품단지를 구축하고 있는데, 5년 안에 400곳이 넘는 업체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액정패널을 만드는 히타치디스플레이의 경우엔 8월부터 타이완의 치메이이노룩스(CMI)에 위탁생산을 확대하기로 했고 카메라를 생산하는 니콘 센다이공장은 말레이시아로 생산거점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주요 금융기관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을 엿볼 수 있다. 일본 지방은행들이 아시아 진출을 지원하는 전문 부서를 잇따라 설치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보고서는 “고비용 구조와 엔고의 지속, 신흥국과의 경쟁에 따른 가격인하 압력이 높아짐에 따라 촉발된 생산거점 이전 현상이 대지진 피해와 원전사고에 따른 전력 부족 영향으로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내각부 경제사회종합연구소 자료를 보면, 일본 제조업의 국외 현지생산 비율은 1995년만 해도 전체의 8.1%에 그쳤지만 이후 완만하게 상승해 지난해엔 1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구소는 오는 2015년에는 이 비율이 21.4%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중국 등 신흥국에 대한 인식이 이전처럼 값싼 노동비용을 유지하는 선진국 대상 제품의 생산 거점에서 대규모 소비지역으로 변화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투자를 유인하는 데 있어서도 수출보다 한국 내 생산이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점을 강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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