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당혹감 속에서도 ‘1심 결과일 뿐’이라며 불복 의사를 내비쳤다. 사실상 이번 판결이 백혈병이 ‘직업병’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어서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은 까닭이다. 삼성은 일단 7월 중으로 예정된 자체 조사 마무리에 주력하며 항소 준비를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삼성 쪽은 23일 판결 내용이 알려진 뒤 ‘행정소송 참고자료’를 내고 “반도체 사업장의 근무 환경과 관련하여 공인된 국가기관의 두차례 역학조사 결과와 다른 판결”이라며 “아직 판결이 확정된 것이 아닌 만큼 앞으로 계속될 재판을 통해 반도체 근무 환경에 대한 객관적 진실이 규명되어 의구심이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항소 입장 또한 분명히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까지 1심 결과이고, 두 사람에 대해서만 인정한 일부 승소인 만큼 결론짓기는 이르다”며 “상대(유족 등) 쪽에서도 항소를 할 예정이며, 근로복지공단에서도 항소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이번 행정소송의 (피고보조) 참가인 자격으로 근로복지공단을 보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음달 중으로 국외 연구기관에 지난해 의뢰했던 반도체 근무 환경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은 현재 해당 작업 환경 시뮬레이션까지 마친 상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은 다음달 밝히겠지만, (삼성의) 반도체 공정 과정은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도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며 “그룹 차원이 아닌 계열사 차원에서 대응할 일”이라고 애써 파장을 축소했다.
그럼에도 삼성은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를 계기로 삼성의 무노조 경영 원칙이 다시 한번 입에 오르내릴 가능성도 있다. 삼성의 한 직원은 “최근 그룹 차원의 여러 일들도 겹쳐 삼성전자 내부는 폭풍 전야 같은 분위기”라며 “조직에 공석도 많고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속마음은 뒤숭숭한 형편”이라고 전했다. 반도체와 백혈병과의 연관 관계를 인정한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관련 업계에 미칠 파장도 클 것으로 보인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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