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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임금피크제’ 권하던 정부, 이젠 제동걸기

등록 2011-06-24 20:12수정 2011-06-24 22:29

“한전모델 훌륭” 칭찬→1년뒤 경영평가선 최하등급
‘인건비’ 이유들어…오락가락 정책에 공기업들 혼란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17일 공공기관 경영평가 ‘보수관리’ 부문에서 최하위인 E등급을 받았다. 이 때문에 경영평가 점수는 지난해 S등급에서 올해 A등급으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7월 도입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주된 이유다. 정년을 60살로 2년 연장하되, 56살을 기준으로 이후 4년 동안 평균 80%의 임금을 받기로 한 내용이었다. 정부가 문제 삼은 것은 임금피크제로 인건비 총액이 30억원 늘어난다는 것이다. 연간 임금총액 1조4115억원의 고작 0.2%에 불과한 금액이다.

24일 정부와 공기업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임금피크제에 대한 정부 내 ‘엇박자’와 갑작스런 입장 선회로 공공기관에 큰 혼선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한전의 임금피크제를 ‘한전식 모델’이라고 치켜세우며 공공기관에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비용 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정년을 연장할 수 있는 고령화 대책의 모범 사례였다.

임태희 전 노동부 장관(현 대통령실장)은 지난해 1월 평균 약 58살인 공공기관의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의 하나로 한전의 임금피크제가 ‘훌륭한 모델’이라고 칭찬했다. 앞서 한나라당은 한국노총과 2009년 “공공부문 정년은 노사 합의로 공무원 정년(60살)에 준하는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연장한다”는 합의문을 도출했다. 기획재정부도 같은 해 8월 “인력 고령화에 대비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독려해오고 있다”며, ‘임금피크제 표준 모델’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전은 1년여 만에 비용과 인력 감축을 뼈대로 하는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에 역행하는 것으로 낙인찍혀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다. 정부가 방향을 선회한 것은 지난해 초 윤증현 당시 재정부 장관이 “정년 연장을 전제로 한 임금피크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하면서부터다. 인건비가 늘어날 뿐 아니라 청년 일자리 창출이 어렵게 된다는 논리였다. 임금피크제 표준 모델 도입 계획도 흐지부지됐다.

들쭉날쭉한 경영평가도 공기업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전은 임금총액 30억원 초과로 해당 분야 E등급을 받았으나, 4대강 사업을 벌이면서 수조원의 빚더미에 올라앉은 수자원공사는 기관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재정부는 한전 경영평가에서 퇴직금 산정 때 성과금을 포함시킨 것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핵심이 임금피크제였음은 부인하지 않았다. 재정부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시행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총 인건비를 증가시켜 결국 기관에 부담을 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정책 선회로 확산되던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는 답보 상태다. 한국남부발전 관계자는 “정부가 한때 임금피크제를 장려해 한전식 모델을 추진했으나, 이젠 누구도 얘기조차 꺼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도 “정부에서 바라는 방향과 안 맞는 것 같아 임금피크제 도입을 중단했다”며 “경영평가를 받아야 하니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최삼태 한국노총 대변인은 “처음엔 저출산 고령화 대책으로 임금피크제를 통한 정년 연장을 허용하겠다고 했다가, 이제는 인건비 핑계를 대고선 하지 말라고 한다”며 “정부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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