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과징금 1억5500만원·시정명령
“단백질 함량 낮고 지방은 3.3배 초과”
신제품 출시→가격인상 관행에 ‘제동’
“단백질 함량 낮고 지방은 3.3배 초과”
신제품 출시→가격인상 관행에 ‘제동’
‘신라면블랙은 설렁탕이 아니었다.’
농심이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 그대로 담겨 있다’며 야심차게 출시한 신라면블랙이 결국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장 광고로 소비자를 기만한 제품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동안 식품업계가 ‘프리미엄’ 혹은 ‘리뉴얼’을 명분으로 내세워 기존 제품보다 높은 가격에 신제품을 출시해온 관행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품목들의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는 가운데, 신라면블랙이 ‘시범사례’가 된 측면도 강하다.
공정위는 농심이 지난 4월 출시한 신라면블랙의 포장지에 표시된 제품 홍보 내용과 4월 8~12일 사이에 34개 신문을 통해 광고한 내용이 ‘허위’이거나 ‘과장’된 것으로 인정된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1억5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27일 밝혔다.
우선 농심이 강조한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은 사실과 달랐다. 공정위가 설렁탕 한 그릇에 견줘 신라면블랙 한 개의 영양가를 분석해보니 탄수화물은 78%, 단백질은 72%, 철분은 4% 수준에 그쳤다. 반면 비만을 가져올 수 있는 지방은 설렁탕보다 3.3배가 많았고 과다 섭취하면 고혈압 등을 유발하는 나트륨 함유량도 1.2배나 더 높았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비율이 가장 이상적인 영양균형을 갖춘 제품’이라고 표시한 것도 과장된 내용으로 지적됐다. 농심은 3대 영양소의 완벽한 비율이 60:27:13이라며, 신라면블랙이 라면 중에서 이 비율에 가장 근접한 62:28:10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공정위는 “3대 영양소 섭취의 이상적 비율은 개별 소비자의 연령과 활동량, 생리적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데다, 농심이 완벽한 비율로 제시한 수치는 일본 농림수산성이 2005년에 육류소비 억제, 쌀소비 촉진을 위한 목표치로 내세운 것일뿐”이라며 근거가 미흡하다고 밝혔다.
특히 공정위는 신라면블랙이 일반 라면(진라면)에 견줘 영양가는 의미있는 수준으로 나아지지 않았는데도, 가격은 1300~1400원대로 두 배 이상 높다는 점이 과징금 부과로 이어진 배경이 됐다고 강조했다. 기존 신라면과 비교한 신라면블랙의 제조원가 상승액 대비 출고가 인상액이 1.7배에 이른다는 분석 결과도 냈다. 품질을 고급화한 정도에 견줘 가격을 과도하게 높인 ‘프리미엄’ 제품의 법위반 행위에 각별히 주목하겠다는 뜻이다. 이번에 부과된 과징금은 제품이 출시된 4월12일부터 사건 심의일인 6월24일까지의 매출액에 근거해 산정됐다.
공정위는 신라면불랙의 신라면블랙이 홍보한 내용의 위법성 여부를 가리기 위해 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등 전문가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여는 등 다각도로 조사를 벌여왔다. 공정위 스스로 ‘물가안정’을 강조하고 나선 마당에, 실생활 물가와 높은 관련이 있는 라면값 편법 인상 여부를 가려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에 대해 농심 쪽은 “시정조처를 이행하겠다”면서도 “신라면블랙은 농심이 정직하게 만든 제품으로 세계적 식품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농심은 포장지의 표현을 삭제하거나 수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된 ‘설렁탕 한 그릇의 맛과 영양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라는 표현은 ‘설렁탕의 맛과 영양을 담았습니다’로 바뀐다.
황보연 조기원 기자 whynot@hani.co.kr
황보연 조기원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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