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보쉬·스웨덴 메코노멘…
유럽 주요업체 17곳중 11곳
“한국산 부품 납품 늘릴 것”
환경규제·원산지 기준 ‘복병’
유럽 주요업체 17곳중 11곳
“한국산 부품 납품 늘릴 것”
환경규제·원산지 기준 ‘복병’
자동차용 스테인리스 튜브 납품업체인 신한금속은 독일 자동차 부품업계의 대형 1차 협력사인 쿠퍼스탠더드와 4년 넘게 거래를 하고 있다. 2009년 경제위기 여파가 쿠퍼사에도 닥치자, 신한금속은 두 회사가 상생할 수 있는 방식의 거래 조건을 제안했다. 납품업체가 통관비 등 제반 비용을 대는 ‘디디피’(Delivered Duty paid)로 거래 방식을 바꾸되, 추가 비용 부담을 양사가 적절히 나누는 식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기존 프로젝트는 물론이고 대형 신규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지난 1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계기로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이 한-유럽 협정의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란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코트라가 지난 6월 유럽연합 내 완성차 제조업체와 주요 부품업체 17곳을 상대로 한국산 구매 확대 계획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산 부품 납품 확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업체가 11곳에 이른다. 독일 보슈와 스웨덴 메코노멘사는 협정 발효 이후 한국산 부품 구매를 종전보다 5~10% 늘릴 계획이며,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영국 메이플라워도 한국산 부품 구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관세 철폐의 혜택을 곧장 누릴 수 있다는 게 이점이다. 배기량에 따라 3~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관세가 폐지되는 완성차와 달리, 자동차 부품은 현행 관세(2.7~4.5%)가 즉시 없어진다. 한 예로 영국 등에 머플러 및 배기관 부품을 수출할 때 물던 관세 4.5%를 내지 않아도 된다.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를 발판 삼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리튬이온 전지(2.7%)도 무관세로 수출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서상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부품은 원래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서 영업이익률이 낮은 업종으로 꼽히기 때문에 관세 폐지로 인해 얻게 될 가격경쟁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관세 혜택은 유럽 현지에 직접 납품하는 수출기업들뿐 아니라 국내에서 반조립(CKD) 형태로 제품을 보내 현지에서 생산하는 부품업체들이 누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수출 수요가 늘게 되면 이들과 거래하는 국내 중소 부품업체들도 간접적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최근 유럽 완성차 제조업체들의 외주 확대 방침과 한국산 부품의 경쟁력이 인정받으면서 업계의 기대는 한층 고무돼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의 유럽 수출액은 31억1500만달러로 2009년에 견줘 76.3% 늘어났다.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의 수출액도 14억43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2% 증가했다. 안수웅 엘아이지(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차들은 고급차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부품 단가가 높아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수익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완성품이 나오기까지 복잡한 하도급 거래를 거치는 업종 특성상 중소 업체일수록 무관세 적용을 받기 위한 원산지 인증 기준 충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데다, 갈수록 높아지는 유럽의 환경규제 등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유승을 자동차부품연구원 친환경부품소재연구본부장은 “유럽에선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목표치가 엄격하게 설정되고 있어 이를 고려한 부품 개발 및 수출 전략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경기도 의왕에 자리잡은 현대모비스 하이브리드 자동차(HEV) 부품공장 내부모습. 현대모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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