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주범 몰린 동네식당
가격단속 방침에 불만
일부 업소선 얌체인상
가격단속 방침에 불만
일부 업소선 얌체인상
동네 음식점들은 정부의 가격 단속 방침에 불만이다. 연초부터 뛰는 물가는 제대로 잡지 못한 채 이번엔 식당들을 타깃으로 삼느냐는 것이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서 칼국수집을 운영하는 이순자(58)씨는 2년 전 국산 콩 20㎏짜리 한 포대를 23만원에 사들였다. 이것이 지난해에는 70만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20㎏에 1만5000원하던 천일염은 올해 3만원으로 두 배가 뛰었다. 최근 들어 배추, 파 등의 가격은 떨어졌지만 밀가루 한 포대(20㎏)도 1년 새 2만원에서 2만3000원으로 올랐고, 액화석유가스(LPG) 한통 가격은 최근 한달 새 4만2000원에서 5000원이나 상승했다. 결국 이씨는 두 달 전 콩국수와 칼국수 가격을 각각 6000원에서 7000원으로, 55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렸다.
노원구 공릉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정성화(49)씨는 올 해 들어서만 삼겹살 가격을 세 차례나 올렸다. 구제역 여파로 삼겹살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1㎏당 삼겹살 도매가가 올해 들어서만 8000원 가까이 뛰었고, 상추 등 채소값도 최근 조금 주춤하긴 했지만 1월과 견줘 30% 가까이 뛰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원재료값과 무관하게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타고 가격을 올리는 얌체 업체들도 있다. 쇠고기값이 오르지 않았는데도 인건비와 공공요금 인상 등을 이유로 서울 중구와 마포구 등지의 유명 냉면집을 비롯해 일부 설렁탕집은 최근 가격을 1000원씩 올렸다. 구제역 때문에 출하하지 못한 물량이 몰리면서 쇠고기 도매가는 1년전보다 20% 가량 떨어졌는데도, 서울 시내 일부 음식점에서는 등심·안심·갈비 등의 가격을 오히려 3000~5000원 가량 올린 사례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가격 하락 요인은 일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식재료만 아니라 임대료, 인건비 등 전반적인 요인을 두루 고려하면 아무래도 가격 인상 요인이 많은 게 현실이다. 중구 오장동에서 냉면집을 운영하는 이남식(70)씨는 “최근 물가가 올랐다고 가격을 덩달아 올린 냉면집 가운데 손님이 줄어들자 가격을 슬그머니 내린 곳이 많다”며 “동네식당이나 영세한 식당의 음식가격은 정부가 아니라 손님들의 선택의 몫으로 남겨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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