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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대기업 ‘중기 기술탈취’ 이번엔 잡힐까

등록 2011-07-07 20:43

공정위, 기술자료 개념·위법성 판단기준 등 마련
피해 중소기업들 보복 우려 ‘쉬쉬’…실효성 의문
#1. 중소업체인 ㄱ사는 통신기기 자동개폐장치를 개발해 대기업 ㄴ사에 납품했다가 어이없는 일을 겪었다. ㄴ사가 사전 예고도 없이 거래 중단을 통보한 것이다. 이후 ㄴ사는 그룹 계열사를 통해 ㄱ사가 제공한 기술을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했다.

#2. 정밀기계를 생산하는 중소업체 ㄷ사도 자체 개발한 제품을 대기업 ㄹ사에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가 낭패를 봤다. 납품 조건으로 ㄹ사가 기술 제공을 요청해와 행여 거래가 끊길까봐 관련 자료를 넘겨줬다. 하지만 ㄹ사는 ㄷ사의 기술자료를 다른 중소업체에 제공한 뒤 양사간 가격경쟁을 유도했고, 그 결과 ㄷ사의 납품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 기술유용 대기업에 3배 손배책임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부당하게 탈취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법 개정에 따라 기업의 기술탈취 행위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기술자료의 개념과 유형, 위법성 판단기준 등을 규정한 심사지침을 제정했다고 7일 밝혔다.

그동안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빈번한 기술자료 요구에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지난해 10월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 204곳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체 기업의 22.1%가 보유기술에 대한 대기업의 요구를 주요 애로 사항으로 꼽았다. 이에 지난 3월 국회에서는 대기업의 부당한 기술자료 요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기술자료를 유용하면 3배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의 하도급법 개정안이 통과된 바 있다.

이날 공개된 심사지침을 보면, 특허권을 비롯한 지식재산권 관련 자료, 제조·시공·용역 방법에 관한 자료 등이 기술자료 범위에 포함됐다. 시공 공정 매뉴얼이나 설계도면, 생산원가내역서 등이 모두 해당된다.

심사지침은 또 기술자료 유용 사례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ㄴ사처럼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고 다른 업체를 통해 제품을 상용화하거나 ㄹ사처럼 경쟁업체에 기술을 넘겨 가격경쟁을 유도한 뒤 납품단가를 깎는 경우 등이 모두 금지된다. 또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공동개발에 나섰다가 핵심기술을 제공받은 뒤 거래를 중단하고 자체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거나 중소기업이 제공한 기술을 일부만 바꿔 대기업이 먼저 출원하는 경우도 모두 법위반 행위다.

■ 갑-을관계 확고해 실효성은 미지수 중소기업 업계는 관행화된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예방하는 데 효과를 낼 것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대기업이 기술자료를 요구하려면 그 사유를 대기업 스스로 입증하도록 제도가 보완된 것이 큰 의미가 있다”며 “다만 대기업들이 실제 이행하도록 지속적 감시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공정위의 현장 점검 및 단속이 강화돼야 하는 과제도 남는다.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한 손배해상을 받기 위해선 피해를 입은 협력업체들이 공정위에 관련 내용을 신고해야 하는데, ‘을’의 지위에 있는 협력업체들이 거래관계 단절 등을 우려해 쉬쉬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실제로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산하 기술보호상담센터 집계를 보면 지난해 기술유출과 관련된 상담건수는 50여건에 그쳤고, 이 가운데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유출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적극적인 피해 신고 유인을 높이고 대기업의 부당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직권조사를 강화하는 등의 움직임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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