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영업익 반토막에도 ‘느긋’한 이유

2분기 기름값 할인 등 영향 1조5천억 수준 추정
“1분기 이익 너무 컸던 탓” 하반기 실적 좋아질듯

이달 말께 2분기 실적발표를 앞둔 국내 정유사들이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3개월간 기름값을 리터당 100원 할인한 영향 등으로 2분기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실적을 거뒀던 지난 1분기에 견줘 ‘반토막’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정유사들의 표정이 마냥 ‘울상’만은 아니다. 정부의 기름값 인하 압박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긴 했으나 상반기 통틀어 이익규모가 워낙 컸던 데다가 하반기 실적 회복도 점쳐지기 때문이다.

11일 정유사와 증권업계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과 지에스(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2분기 전체 영업이익은 1조5000억원가량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08년 2분기 이후 사상 최대치였던 올해 1분기의 영업이익 합계(2조8794억원)보다 50%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업계 1위인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의 경우 매출은 17조원대로 1분기와 비슷할 것으로 보이지만, 영업이익은 1조1919억원에서 5000억~5500억원대로 축소될 전망이다. 지에스칼텍스와 에쓰오일도 매출은 1분기보다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40~50%가량 줄어든 것으로 증권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오정일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에스케이 2500억원, 지에스 1500억원, 에쓰오일 900억원 등 기름값 할인에 따른 부담이 늘어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유소 원적지 관리 담합 책임을 물어 부과한 과징금 4348억원도 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정부가 기름값을 시장에 떠넘기지 않고 내수판매 없이 수출만 했다면 돈 버는 장사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반기 전망은 밝다. 지난 7일로 기름값 할인 기간이 종료되는 등 영업이익을 끌어내린 ‘일회성 요인’들이 사라진데다 업황 자체가 활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에서는 3분기부터는 최대 호황이었던 1분기에 근접하는 2조원 초반대의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승연 에이치엠시(HMC)투자증권 연구위원은 “5월 이후 배럴당 5달러대까지 하락했던 정제마진이 최근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7~8달러로 회복세를 보이는 데다가 세계 자동차시장 확대로 윤활유사업이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3분기 영업이익은 2분기보다 6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실적 개선 기대감에 힘입어 부진했던 정유 관련주가도 최근 들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때문에 정유사들은 정부가 기름값 규제 카드를 다시 꺼내들지나 않을까 오히려 눈치를 보는 분위기다. 황예랑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