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해외 유령회사·위장이혼…증여세 등 탈루
국세청, 204명 조사 4595억 추징 “하반기 집중단속”
국세청, 204명 조사 4595억 추징 “하반기 집중단속”
서비스업종 대기업인 ㄱ사의 사주 ㄴ씨는 세금을 내지 않고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했다. ㄴ씨는 1998년 계열사 임원 명의로 차명 관리해온 주식을 본인 명의로 바꿨다. 당시엔 한시적으로 차명 주식을 실명으로 전환하면 증여세를 물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ㄴ씨는 2004년 다시 계열사 임원과 짜고 가짜 소송을 냈고 이를 통해 주식 명의자를 임원으로 돌려놨다. 증여세를 내지 않고 아들에게 주식을 넘겨주기 위한 절차였다. 이어 2008년 ㄴ씨는 이 주식의 실제 소유자가 20년 전부터 아들이었던 것처럼 허위 주주명부를 꾸민 뒤 아들 이름으로 실명전환 신고를 냈다. 증여세를 물릴 수 없는 제척기간이 15년이라는 점을 고려해 20년 전부터 아들이 소유한 것으로 위장한 것이다. 이런 수법으로 ㄴ씨는 아들에게 약 735억원어치의 주식을 양도하면서 세금 한푼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ㄴ씨의 세금 탈루에 증여세 620억원을 추징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국세청이 부당하게 증여해 편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한 혐의가 있는 대기업 사주 등 204명을 조사해 올해 상반기에 4595억원을 추징했다고 12일 밝혔다. 세금 한푼 내지 않고 자녀들에게 재산을 넘긴 기업 사주와 고액 자산가 등이 덜미를 잡힌 것이다. 임환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우리나라 대기업은 2세대에서 3세대로, 중견기업은 창업 1세대에서 2세대로 경영권 승계가 진행중”이라며 “편법·탈법을 동원한 불투명한 경영권 세습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ㄴ씨의 사례에서 보듯, 탈루 유형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비상장 제조업체인 ㄷ사의 사주 ㄹ씨도 계열사를 설립하면서 ‘명의신탁’을 증여의 도구로 삼았다. 실질적 소유권은 행사하되 제3자의 명의만 빌리는 형식인 명의신탁은 세금 탈루에 자주 악용되는 편이다. ㄹ씨는 본인 주식을 회사의 다른 임원에게 명의신탁했고 이 가운데 일부를 자녀가 대주주인 회사에 수백억원이나 싼 값에 팔았다. 또 명의신탁 주식 배당금 등으로 자금 출처가 면제되는 일명 ‘묻지마 채권’ 55억원어치를 구입·매각한 뒤 지인 명의로 계열사 주식을 차명 취득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탈루한 규모는 2500억원에 이르러, 국세청이 증여세와 법인세 등 970억원을 추징했다.
국외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위장이혼까지 감행하면서 재산을 증여한 사례도 적발됐다. 공인회계사 ㅁ씨는 2007~2008년에 아들 명의로 미국에 페이퍼컴퍼니를 두고 이 회사 투자를 위해 송금하는 방식으로 50억원을 아들에게 증여했다. 또 2008년 30년 이상 같이 살던 아내와 서류상으로 위장이혼을 하면서 예금 80억원을 넘겨줬다.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은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ㅁ씨는 지난해 숨졌는데, 아들이 페이퍼컴퍼니가 결손상태인 것처럼 장부를 조작해 주식가치를 0원으로 신고하는 수법으로 상속세를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아들과 아내를 대상으로 140억원을 추징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한편 국세청은 이날 전국 조사국장 회의를 열어, ‘부의 편법적 대물림’ 차단을 하반기 세무조사의 핵심 과제로 삼기로 했다. 이현동 국세청장은 “대기업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 및 하도급 업체를 통한 탈세와 사주 일가의 기업자금 불법유출 혐의 등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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